상가 '업종제한 약정'의 명과 암

업종제한 약정 있는 상가 계약 땐 장래에도 경쟁력 있는 업종인지·지정 업종 변경 가능한지 따져봐야

이건욱 변호사(법무법인 대지) 2016.03.23 08:18

전북 전주시 고사동 시내 거리 모습./사진=뉴스1

건축주가 상가를 분양할 때 특정 업종을 지정하거나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에 따른 관리단 규약에 의해 업종이 지정된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분양자(분양을 받은 사람)는 다른 상가 수분양자에게 지정된 업종의 가게를 할 수 없다. 이러한 내용의 분양 약정을 '상가 업종제한 약정' 또는 '상가 업종제한 규약'이라고 한다.


특정 업종 독점하는 상가 업종제한 약정…수익성 높일 수 있어 수분양자·건축주 모두 선호
업종제한 약정이 있을 경우 수분양자는 해당 상가에서 특정 업종에 대한 독점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가 매수를 원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업종제한 약정이 있는 상가를 찾는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업종제한을 통해서 특정 업종의 불필요한 경쟁을 방지할 수 있어 전체적으로 상가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또 업종 지정에 따른 프리미엄이 붙은 분양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그래서 건축주도 업종제한 약정을 선호한다.

상가 업종제한은 해당 상가를 분양 받은 수분양자들에 한해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수분양자의 지위를 양수한 자 또는 점포를 임차한 자 상호 간에도 적용된다. 일부 수분양자에게 업종이 지정되고 나머지 수분양자에게는 업종이 지정되지 않는 경우라도 업종제한 약정은 효력이 있다.

상가 업종제한 약정이 문제가 된 사례를 소개한다. 주상복합아파트 시행사에서 상가를 분양하면서 A씨에게는 '호프판매 영업'을 지정했고 B씨에게는 '치킨판매 영업'을 지정했다. 그런데 B씨가 치킨을 판매하면서 생맥주 판매 시설을 구비해 생맥주를 함께 판매했다. 그러자 A씨는 B씨를 상대로 "호프 판매를 하지 말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B는 "치킨판매 영업의 범위에 맥주 등의 주류 판매도 포함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대법원은 "B씨가 코브라(생맥주를 일정 온도와 압력으로 유지시켰다가 병 등의 용기에 따를 수 있도록 하는 장치)등과 같은 생맥주 판매 시설을 구비해 실질적으로 호프판매 영업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 B의 영업금지를 명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 이유로 "B씨의 행위는 호프판매 영업을 지정받은 A가 통상적으로 수인해야 할 정도를 넘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 2006다63747 판결 참조)


장래에 경쟁력 있는 업종인지·지정 업종 변경 가능한지 따져봐야  
앞서 든 사례와 같이 업종 제한약정은 수분양자 입장에서 특정 업종의 독점적 지위를 가능케 하기 때문에 수분양자에게 원칙적으로 이익이 된다. 그러나 늘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업종지정을 '음반판매 영업'으로 받은 경우를 상상해 볼 수 있다.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음반판매는 상당한 이익을 보장해 주는 업종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온라인과 모바일의 영향으로 음반 판매는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이 경우 업종변경을 해야 하는데 이는 법률적으로 매우 어려운 문제다.


분양계약에 업종이 지정돼 있어도 분양이 종료되면 대부분의 건축업자가 상가관리권을 잃고 집합건물법에 따라 구성되는 관리단이 상가관리를 하게 된다. 이렇게 제정되는 관리규약에 업종변경에 관한 조항이 규정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규정돼 있다고 하더라도 업종변경을 위해서는 동종 업종의 가게를 운영하는 입점주로부터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업종변경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대법원 2008다61561 판결 참조)

결론적으로 상가 업종제한 약정은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양날의 검과 같다. 따라서 지정되는 업종이 장래에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업종인지를 충분히 살피고 향후 업종변경 절차가 구비되어 있는지를 검토해 상가 분양계약을 체결하기 바란다.


이건욱 변호사는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무법인 대지의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부동산, 건축 분야와 관련한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저서 집필에도 힘쓰고 있는 중이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서 부동산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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