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변호인 양측 모두 민감한 '수임료'

[조우성의 로세이]

조우성 변호사(머스트노우) 2016.04.23 06:02

'소송에 실패한 변호사는 용서할 수 있어도 수임료 약정에 실패한 변호사는 용서할 수 없다.'

로펌 내에서 자주 거론되는 우스갯소리다. 그만큼 수임 못지않게, 때로는 수임보다 더 수임료 약정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수임료에 대해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수임료를 계속 깎으려는 의뢰인을 대할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변호사 입장에서는 △ 무원칙적으로 수임료를 깎아서는 안된다는 점을 주지시키고 △ 양보할 땐 몇 가지 조건을 전제로 양보하며 △ 승소가 가장 중요한 의뢰인의 목표임을 의뢰인이 잊어버리지 않도록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수임료 약정과 관련해 필자가 주로 사용하는 대화법을 소개한다.

"아무래도 비용을 충분히 받고 수행하는 사건일 경우 더 많은 자원(resource)를 투입할 수 있는게 사실입니다."

변호사보수가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를 정확히 알려줌으로써 무조건 수임료를 깎는 것이 궁극적으로 의뢰인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점을 알릴 필요가 있다. 뭐니뭐니해도 의뢰인의 궁극의 목표는 '승소'일 테니까.

"성공사례금이 얼마라는 점이 변호사들에게 금전적인 동기부여가 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변호사로서의 솔직한 입장을 제시하는 건 나쁘지 않다. 특히 사건 자체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이뤄진 이후 성공사례금의 의미를 거론하는 것은 설득력이 있었다.

"저희들은 무원칙적으로 비용을 정하는 것은 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정한 기준표를 두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무실에는 문서화된 변호사 보수기준표가 있다. 수임료를 제시하면서 반드시 문서화된 자료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이는 수임료 산정의 객관성 및 권위를 담보해 준다. 단순히 구두로 "대략 얼마 정도입니다"라고 하는 것과는 의뢰인에게 주는 인상에서 큰 차이가 있다.

"다만 지속적인 관계가 전제될 경우, 또는 고문기업이 될 가능성이 있을 경우에는 수임료 결정에 어느 정도 신축성을 부여하는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수임료에 대한 양보를 하면서도 일정한 조건을 다는 방식이다. 실제 이런 방법을 통해 몇 개의 고문기업을 유치한 경험이 있다. 이 제안을 할 때는 가급적 '정책'이란 단어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원하시면 좀 싼 수임료에 사건을 진행할 수 있는 변호사를 소개시켜 드릴까요?"

수임료에 너무 민감한 의뢰인이라면, 그리고 굳이 내가 그렇게 저렴한 수임료를 받고서 그 사건을 진행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냥 돌려보낼 것이 아니라 다른 변호사에게 소개시켜 주는 수고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렇게 호의를 베풀면 의뢰인과 그 사건을 소개받는 변호사 모두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으며 예상치 않은 또다른 인연을 그들로부터 소개받을 수 있다.

'뚜벅이 변호사'·'로케터'로 유명한 조우성 변호사는 머스트노우 대표로 법무법인 태평양을 거쳐 현재는 기업분쟁연구소(CDRI)를 운영 중이다. 베스트셀러인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사람이 있다면'의 저자이자 기업 리스크 매니지먼트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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