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 돌려주지 않을 때 대처법

문자·내용증명으로 증거 남기고 전세보증금 반환청구·임차권 등기 명령제도 활용 필요

이건욱 변호사(법무법인 대지) 2016.04.27 11:17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학교 인근 게시판에 부동산 매물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뉴스1

주택 전세보증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주택임대차 기간 종료 후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경우 대다수 임대인들은 임차인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문제를 풀려고 노력한다. 그렇지만 일부 악덕 임대인들은 새로운 임차인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며 배짱을 부려 이사를 나가야 할 임차인들의 마음을 애태운다. 

게다가 악덕 임대인들은 새로운 임차인에게 종전 전세보증금보다 훨씬 많은 전세보증금을 요구해 새로운 임대차계약이 좀처럼 체결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임차인들이 항의를 해보지만 이들은 ‘새로운 임차인이 들어온 후 새로운 임차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받고 전세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이 거래 관행’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킨다.


보증금 받기 위해 문자·내용증명으로 증거 남기고 전세보증금 반환청구도 고려


이럴 경우 임차인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우선 임대차계약 종료 한두 달 전부터 임대차계약 종료일 이사를 나갈 것이라는 내용을 증거가 남는 문자메시지 등을 이용해서 통보할 필요가 있다. 이사 나갈 집에 대한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었다면 계약체결 사실을 알게 할 필요가 있다. 이 또한 증거가 남을 수 있도록 문자메시지나 SNS를 활용해야 한다. 더 나아가 계약 종료일 현재 전세보증금을 반환 받지 못할 경우 이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임을 내용증명을 통해서 통보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전세보증금 반환청구를 제기하는 것이다. 이 경우 임대인 재산에 반드시 가압류를 해야 한다. 소송을 제기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문제가 있다. 통상 최소 6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게다가 임대인이 임의로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다면 임대인 재산에 대해서 강제집행을 해야 하는데 이 또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다만 임대인이 전세보증금 반환청구를 당할 경우 법적 조치를 통해 자신의 재산이 강제집행 될 수 있다는 점을 불안하게 생각해서 전세보증금 반환을 서두르는 소송 외적인 효과를 볼 수도 있다.

한편 임차인이 이사 나갈 집을 구해서 새롭게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지급했는데 임대인이 전세계약 만료일에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았다면 어떨까. 이때문에 새롭게 체결된 전세계약이 해제되고 계약금 상당액을 위약금으로 몰수당한 경우 임차인은 임대인으로부터 계약금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받을 수 있는지 문제다. 이런 경우 임대인이 이를 배상해 줘야 한다는 하급심 판례가 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07나6127 판결 참조).


임차권 등기 명령제도 활용 필요


임차인이 전세보증금을 반환 받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야만 하는 경우 대항력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가 생긴다. 주택임대차의 경우 해당 주택을 점유하고 주민등록을 마쳐야 대항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 점유를 상실하고 주민등록을 이전해야 하므로 대항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 대항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바로 임차권 등기 명령제도이다.

임차인은 임대차 종료 후 보증금을 반환 받지 못할 경우 임차주택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 지방법원 지원, 또는 시, 군 법원에 임차권 등기 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이 명령이 있게 되면 법원의 촉탁에 의해 등기부에 임차권이 등기된다.

이 제도가 대항력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기는 하지만 이사를 가지 않은 경우에도 활용될 수 있다. 악덕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이사 여부를 불문하고 이 제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일단 등기부에 임차권이 등기가 되고 법적 조치가 개시되면 임대인이 대체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임차인에게 협조적인 태도를 취하는 많은 사례를 목격해 왔다.

끝으로 계약은 사람과 하는 것이므로 그 사람의 성품이 어떤가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난다. 전세계약을 하기에 앞서 등기부를 반드시 살펴보고 공인중개사 등을 통해 임대인에 대한 주변 평판을 확인해 볼 것을 권한다.


이건욱 변호사는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무법인 대지의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부동산, 건축 분야와 관련한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저서 집필에도 힘쓰고 있는 중이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서 부동산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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