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변론'…잘 쓰면 강력한 무기

[조우성의 로세이]

조우성 변호사(머스트노우) 2016.05.11 07:55

수 많은 사건들을 한꺼번에 다루고 있는 법관은 변호사들이 법정에서 구두로 변론하는 내용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법정에서의 현장감 있는 구두변론'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도 없다. 구두변론에 대한 팁 몇 가지를 공유한다.

구두변론을 선호하는 재판부인지 미리 파악하라.

재판부에 따라 구두변론 선호 여부가 다르다. 자신이 수행하는 사건 담당 재판부의 성향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사건 진행 30분 전에 법정에 도착해 앞선 사건에서 재판부가 어떤 식으로 사건을 진행하는지 살펴보자.

구두변론은 재판장에게 연상(聯想) 작용을 일으킨다.

"재판장님, 이 사건에 대해서 딱 두 가지만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라고 발언기회를 요청하자. 임팩트 있는 구두변론은 재판장이 서면기록을 검토할 때 연상작용을 일으킨다. 사건이 서면에서 튀어나와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

의뢰인의 심정을 대변하라.

나는 의뢰인이 얼마나 이 사건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지 언급하려고 노력한다. 사건 때문에 고통 받지 않는 의뢰인이 어디 있겠냐 만은 그 사연을 핵심적으로 언급하면서 재판장의 관심을 촉구하는 구두변론은 재판장에게는 사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한편 의뢰인에게는 자신의 입장을 속 시원히 대변해 주는 효과가 있다. 의뢰인 입장에서는 이처럼 자신의 입장을 대변해 주는 변호사에 대해 호감을 가지지 않겠는가.

필요한 경우 의뢰인이 직접 진술하게 하라.

의뢰인이 직접 법정에 출석하는 경우 재판장에 허락을 얻어 의뢰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직접 법정에서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 의뢰인이 자신의 속마음을 재판장 앞에서 털어놓도록 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고 나아가 변호사가 직접 언급하기 곤란한 내용, 즉 법리적인 내용이 아니라 감정적인 부분에 대해 법률 비전문가인 의뢰인의 입을 빌어 어필하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다.

구두변론의 결과를 변론조서에 기재하도록 하라.

구두 변론을 할 때 상대방과 '언쟁'을 하다 보면 상대방이 쟁점과 관련해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자인(自認)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상대방(변호사)이 사건에 대한 충분한 파악이 안돼 있을 경우 발생하곤 한다.

나의 추궁에 상대방이 "네, 그 도장을 피고가 찍은 것은 맞지만요……"라고 말했을 때 "재판장님, 방금 상대방은 처분문서에 날인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습니다. 이를 변론조서에 남겨 주시지요!"라고 강하게 어필하는 방식이다. 변론조서에 기재가 되지 않더라도 이런 '이벤트'는 재판장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처럼 구두변론은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상당히 긴요한 공격 무기가 될 수 있다.

'뚜벅이 변호사'·'로케터'로 유명한 조우성 변호사는 머스트노우 대표로 법무법인 태평양을 거쳐 현재는 기업분쟁연구소(CDRI)를 운영 중이다. 베스트셀러인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사람이 있다면'의 저자이자 기업 리스크 매니지먼트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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