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액 청구땐 '숫자'에 강해야"

"손해액 산정의 어려움…위약금 정해놔야"

조우성 변호사(머스트노우) 2016.05.22 08:10

계약서에는 상대방이 어떤 의무를 위반했을 때 '그로 인한 일체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손해배상 조항을 둡니다. 그런데 '일체의 손해를 배상한다'는 문구가, 말은 그럴 듯 한데 별 실효성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아래와 같은 조항이 있습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서로 주고받은 비밀자료는 외부유출이 금지됩니다. 그런데 만약 A가 이를 외부에 유출했다는 점을 B가 뒤늦게 알았다고 칩시다. 열 받은 B는 조항을 근거로 A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려고 하겠지요.

소송실무에 따르면 손해배상 청구를 하려는 자(원고)는 상대방의 계약불이행으로 자신에게 발생한 손해가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즉, 숫자를 제시해야 합니다. 여기서 어려움이 발생합니다.

상대방이 계약을 위반한 것은 맞는데(비밀유지의무 위반) 그래서 기분이 아주 많이 나쁜데, 막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니 사건을 맡은 변호사는 이렇게 질문을 합니다.

"우리가 입은 손해가 얼마인가요? 숫자로 말해 주세요!"

여기서 막혀 버립니다. 기분은 나쁜데, 구체적인 숫자로 손해액을 산정하는 일은 언제나 어렵습니다. 이 경우를 대비해 '당신이 만약 계약을 어기면 1000만원을 내놓으시오'라는 식으로 손해배상액을 사전에 정해놓을 수 있으면 편할 것입니다.

그런데 아직 상대방이 계약을 위반하지도 않았는데 미리 손해배상액을 정해둘 수 있을까요? 다행히도 민법은 이를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398조(배상액의 예정)에 따르면 당사자는 채무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이 민법 조항에 따라 계약서에 "당신이 만약 나중에 계약을 위반하면 1000만원을 내놔야 해"라는 식의 내용을 정할 수 있는데 이를 실무상 손해배상액의 예정, 또는 위약금이라고 부릅니다.

결국 12조2항은 아래처럼 바꿔서 규정하는 것이 더 실효적입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 위약금은 이처럼 구체적인 손해를 산정하기 어려운 청구인에게는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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