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의 로세이

"사건 수임때 이런 의뢰인 주의하세요"

[조우성의 로세이]

조우성 변호사(머스트노우) 2016.05.27 08:50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사건 수임을 원하지만 한편으로 '내가 왜 이 사건을 수임했을까'라며 후회한 경험도 적잖을 것이다. 그 동안의 경험에 비춰 수임할 때 각별히 신경써야 하는 경우를 정리해 본다.

1. 자칭 '음모론' 피해자

"이 사건 배후에는 엄청난 음모가 숨어있습니다. 정부기관 고위관료들, 상대 회사가 완전히 저를 죽이려고 이 일을 저지른 것입니다."

의뢰인이 어느 정도 피해의식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이 모든 일이 음모 때문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하는 의뢰인과는 사건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법리적인 공격 방어방법의 연구)가 어려워진다.

2. 다수 당사자를 대리해야 할 경우

대리해야 할 당사자가 다수일 때 대표격인 1~2명과 만나 사건을 수임하고 진행한다. 그러나 나중에 결과가 좋지 않으면 대표격인 사람들은 뒤로 빠지고 처음에 등장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전면에 나서 "도대체 그 동안 변호사는 뭐한 거요?"라고 따지면 그 동안 공들여 진행했던 커뮤니케이션이 허사가 돼 버린다.

이런 유형의 사건은 수임하기 전 반드시 전체 당사자과 만나 사건에 대한 유불리를 명확히 밝히고, 그들의 뜻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실제 당사자가 아닌 대리인과 만나 상담할 경우

실제 당사자의 대리인을 자처하는 사람과 수임 협의를 할 때, 그 대리인이 당사자로부터 완전한 수권을 받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규모가 큰 사건은 여러 명의 자칭 에이전트가 제각각 변호사를 만나 상담을 한 결과를 갖고 실제 당사자에게 어필하는 예가 많다. 상담에 쏟은 노력이 헛수고가 될 수 있으니 반드시 실제 당사자의 의사를 직접 확인하길 권한다.

4. 이전 사건수임 변호사를 비난하는 경우

다른 변호사와 일을 진행하다가 중간에 변호사를 교체한 경우. 의뢰인은 예전 변호사에 대해 다양한 비난을 한다. 물론 타당한 비난도 있겠지만 그 비난의 화살이 내게도 날아올 수 있음을 명심하자.

그 의뢰인이 특별히 요구사항이 까다롭고 만족을 모르는 성향인지 따져보고 내가 과연 그 수준에 맞출 수 있을지 가늠한 후 수임하는 게 좋다.

5. 만날 때마다 조금씩 사건에 대한 설명이 달라지는 경우

"변호사님, 제가 솔직히 다 말씀 드려야겠죠? 그게 맞겠죠?"라며 회의를 진행할 때마다 새로운 얘기를 꺼내는 의뢰인. 경고등을 켜야 한다.

현재 내가 파악하고 있는 사건의 내용이 진실이 아닐 수 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의뢰인이 모든 진실을 다 털어놓도록 유도하라.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지 않고 수임하는 건 보호장구 없이 지뢰밭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과 같다.

'뚜벅이 변호사'·'로케터'로 유명한 조우성 변호사는 머스트노우 대표로 법무법인 태평양을 거쳐 현재는 기업분쟁연구소(CDRI)를 운영 중이다. 베스트셀러인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사람이 있다면'의 저자이자 기업 리스크 매니지먼트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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