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게임아이템 "정당한 수익구조" vs "사행성 도박"

[the L리포트][확률형 아이템]① 반복구매 유도해 수익…외국선 아예 금지하기도

송민경(변호사)기자 2016.08.30 04:43




#2016년 2월, 게임에서 특정 캐릭터를 얻기 위해 각각 1200여만원, 960여만원을 쓴 게이머들이 냈던 부당이득금 반환청구가 1심에서 기각됐다. 유비, 조조 등 삼국지의 각종 장수 캐릭터를 사용해 플레이하는 방식이었던 '삼국용팝'이라는 게임. 원하는 장수 캐릭터를 얻기 위해서 확률형 아이템을 반복구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많은 돈을 쓰고도 원하는 아이템을 얻지 못해 소송까지 냈지만 패한 것이다.

아이템 자체에 확률을 넣어 반복구매 유도

확률형 아이템이란 무엇이길래 이렇게 많은 돈을 게임에 사용하게 만드는 것일까. 확률형 아이템이란 말 그대로 아이템 자체가 확률을 가지고 있어서 원하는 것이 바로 나오지 않고 확률에 따라 나오는 것을 말한다. 본인이 원하는 아이템을 A라고 한다면 A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아이템 B를 사서 A가 나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생긴다. 아이템 B를 사서 A가 바로 나오면 다행이지만 확률 자체가 낮기 때문에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때까지 반복구매할 수밖에 없다. 이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사행성이 아니냐는 의문이 따라붙는다. '뽑기'라든가 '도박'이라며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본과 중국은 어떨까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 일본과 중국에서는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한국 게임 해외 진출 전략 수립을 위한 시장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경우 게임에서 랜덤으로 지급되는 아이템에 대한 판매는 사행성이 큰 것으로 인식해 금지했다.


또 일본의 모바일 소셜게임에선 국내의 확률형 아이템과 유사한 '콤푸가챠'가 있었으나 판매중지 됐다. 일본 소비자청이 이를 법률 위반으로 유권 해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처럼 아예 확률형 아이템을 금지하는 것은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사가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게임(Free-to-play)을 만들어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다. 게임 자체는 무료지만 아이템을 팔아서 돈을 번다. 이 자체를 금지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최근 유료로 게임을 구매 후 즐길 수 있는 게임에도 확률형 아이템이 등장하자 게이머들은 반발했다. 게임 산업 전반에 확률형 아이템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이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하루 빨리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율 규제 효과 실제로는 미흡

이런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전혀 규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론이 나빠지자 게임사들은 자율규제안을 들고 나왔다. 게임업계는 지난해 7월부터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 주도로 자율규제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공받은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시행 게임물 및 공개방식'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5년 7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자율규제를 하고 있는 158개 게임 중 27개의 게임만이 게임 내에 확률을 공개했다. 자율규제에서는 게임사가 자율적으로 정보 공개 장소를 선택하도록 했다. 실제 게이머들이 확인하기 어려운 곳에 공개하더라도 상관없기 때문에 게임 내에 확률을 공개한 게임은 17.1%에 불과했다.

또 153개 게임은 확률구간공개 방식을 채택했다. 이 방식에 따르면 게임사는 게이머들이 원하는 아이템과 그렇지 않은 아이템을 묶어 구간으로 확률을 공개하면 자율규제를 이행하는 셈이다. 이렇다보니 자율규제가 미흡하단 얘기가 나온다.


결국 공은 국회로…관련 법률 개정안 발의 돼


이에 결국 국회가 나섰다. 국내 관련 법률인 게임산업진흥법을 개정해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하겠단 얘기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었다. 이번 국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과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게임산업진흥법의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게임 내부 또는 아이템 구매 시점에 확률형 아이템 종류, 구성비율, 획득확률 등 정보를 명시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강정규 변호사는 "현재 상황에선 일정 수준 게임 자체와 게임 산업의 신뢰성 회복을 위해 정부에서 일정 수준 규제를 할 수 밖에 없다"며 "향후에는 게임 산업의 신뢰성 회복을 전제로 다시 업계 자율 규제로 돌아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콘텐츠 창작자의 자율성 확보가 콘텐츠 산업 발전에선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김승한 변호사(법무법인 유스트)는 "확률형 판매에 의존하는 마케팅은 장기적으로 게임 자체의 경쟁력을 저하시킨다"면서 "현재의 확률형 아이템 판매는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측면이 강한 만큼 확률을 공개하는 등의 적절한 규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봤다.

박대영 변호사(법무법인 이현)는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을 매출 증가의 만능 열쇠처럼 생각하면서 게임성 자체를 높이는 데는 신경 쓰지 않고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보고 있다"며 "게임업계 자체가 건전한 수익모델을 창출해내야 한다"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또 박 변호사는 "소비자 보호와 지나친 사행성 방지 그리고 게임업계의 발전을 위해 소비자와 공급자의 정보비대칭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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