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

[친절한판례氏] 배우자에게 거액이체…증여세 내나

과세관청이 증여임을 증명해야 증여세 부과 가능

송민경(변호사)기자 2016.09.30 14:05

부부 사이에서 한 쪽 배우자 명의의 예금이 인출돼 다른 배우자 명의의 예금계좌로 입금됐을 때 해당 금액이 증여된 것으로 추정될 수 있는지에 대해 그렇게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A씨의 배우자인 B씨는 2006년 3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총 35회에 걸쳐 자기앞수표 입금이나 계좌이체의 방법으로 자신의 급여를 A씨에게 이체했다. 총 합계 13여억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이에 과세관청은 이 13여억원에 달하는 금액에 대해 B씨가 A씨에게 증여한 것이라고 보고 증여세를 부과했다. A씨는 이에 반발해 증여세를 부과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

대법원은 2015년 9월 과세관청이 13여억원에 달하는 금액에 대한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잘못이라며 해당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려 A씨의 손을 들어줬다. (2015두41937 판결)

대법원은 “부부 사이에서 한 쪽 배우자 명의의 예금이 인출돼 다른 배우자 명의의 예금계좌로 입금되는 경우에는 증여 외에도 단순한 공동생활의 편의, 일방 배우자 자금의 위탁 관리, 가족을 위한 생활비 지급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다”면서 “예금의 인출 및 입금 사실만으로 경험칙에 비춰 해당 예금이 다른 배우자에게 증여됐다는 과세요건사실(세법에서 개별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요건이 되는 사실)이 추정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거액을 이체하는 경우 증여가 아닌 다른 이유로 이체할 수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증여세를 물릴 수는 없단 얘기다. 즉 증여임을 추가로 과세관청에서 증명한 경우에만 증여세를 물릴 수 있단 얘기다.

이 사건에서 만약 부부 사이에 돈을 이체한 것을 경험칙에 비춰 과세요건사실이 추정된다고 봤다면 그 이후 납세자가 해당 이체에 대해 경험칙을 적용하기에 적절하지 않거나 적용을 배제하여야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점 등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와 같은 경험칙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즉 과세관청이 부부가 증여의 목적으로 예금을 이체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그래야 증여세를 물릴 수 있다.

◇ 판례 팁 = 부부 사이에서 한 쪽 배우자 명의의 예금이 인출돼 다른 배우자 명의의 예금계좌로 입금됐을 때 해당 금액이 증여된 것으로 추정할 수 없다. 따라서 증여세를 물리려면 과세관청에서 증여임을 증명해야 한다.

◇ 관련 조항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4조(배우자 등에게 양도한 재산의 증여 추정)

①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하 이 조에서 "배우자등"이라 한다)에게 양도한 재산은 양도자가 그 재산을 양도한 때에 그 재산의 가액을 배우자등이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하여 이를 배우자등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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