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 아들 양육비 지금도 받을 수 있나

[조혜정의 사랑과 전쟁]

조혜정 변호사 2016.10.25 09:46

/이지혜 디자이너

Q)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서 질문을 드려요. 제가 얼마 전 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했는데 치료비가 없어요. 아프니까 일을 못하고 모아놓은 재산도 없어서 정말 살기가 너무 어렵거든요.

21년 전 저는 아이 아빠와 만나서 임신을 했는데, 아이아빠가 마음이 변해서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해버렸어요. 생긴 아이를 지울 수는 없어서 저는 아들을 낳았고 그 때부터 지금까지 결혼도 안 하고 화장품 판매사원, 백화점 판매직원, 보험회사의 보험설계사로 근무하고, 호프집 주방일도 하면서 혼자서 아들을 키웠지요. 아들이 학교 들어갈 때쯤 해서 호적정리를 해달라고 했는데 아이 아빠는 냉정하게 거절하더군요. 어쩔 수 없이 친정오빠의 호적에 올렸구요.

호적에 올리는 걸 거부하는 사람이니 양육비인들 줬겠어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아들 양육비라곤 단 한 푼도 안 줬고 아들을 보러오지도 않았어요. 처음에는 양육비 달라고 몇 번 얘기해봤는데 들은 척도 안 하더라고요. 어차피 달라고 해도 안 주는 거 저만 비참해지는 거 같아서 그냥 포기해버리고 한 번도 달라고 안 했고요. 아들 크는 동안에는 제가 돈을 계속 벌었기 때문에 그럭저럭 살았는데 1년 전쯤 암진단을 받고 일을 못하게 됐어요. 아들 키우느라 모아놓은 돈도 없고요.

암이라는 진단 받고 아들을 시켜서 아이 아빠한테 아들 양육비라고 생각하고 좀 도와달라고 했는데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10년이 넘으면 양육비 줄 의무가 없어지고 아들이 다 컸으니까 양육비는 안 줘도 된다고 했대요. 너무 오래된 일이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아이 아빠한테 아들 양육비를 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이 아빠는 버젓한 직장 다니면서 돈도 좀 모은 거 같아요.

A) 아들 양육비 지금이라도 청구하시면 받을 수 있어요. 아이 키우는 데 돈이 든다는 건 너무 당연한 건데 부모로서 해야할 이 당연한 의무를 안 하는 사람들을 법원이 그냥 내버려두지는 않는답니다.

아이아빠가 10년이 넘으면 양육비 줄 의무가 없어지고 아들이 다 크면 양육비 안 줘도 된다고 했다는데 그건 완전히 틀린 얘기예요. 물론 일반적인 채권은 소멸시효라고 해서 일정한 기간 동안 권리행사를 안 하면 채권이 소멸되도록 되어 있긴 해요. 채권의 소멸시효가 보통 10년이라서 아이아빠가 10년 넘으면 양육비 줄 의무가 없어진다고 한 거지요.

하지만 양육비에 관해서는 법원이 소멸시효를 일반적인 채권하고 다르게 정하고 있어요. 우리 법원이 양육비는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서 양육비 지급의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이 돼야만 소멸시효진행이 시작된다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양육비는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진 적이 없다면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달라고 할 수 있고, 아이가 다 커서 어른이 된 다음에 달라고 해도 되는 거예요. 양육비라는 게 아이 키우는 데 들어가는 돈이니까 최대한 보호를 해주려고 법원이 시효를 예외적으로 아주 길게 늘려준 거라고 할 수 있지요.

선생님의 경우에 양육비 얼마로 할 건지 언제 줄 건지 등에 대해서 가정법원 심판이나 당사자 협의에 의해서 구체적인 내용을 정한 적이 없기 때문에 소멸시효진행이 시작되지 않은 상태라서 지금이라도 달라고 하면 아이 아빠는 줄 의무가 있어요. 대신 과거의 양육비를 한꺼번에 청구하는 경우에는 일시에 거액을 줘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서 법원이 양육비를 월별로 분할로 받는 경우보다는 금액을 줄여서 정한답니다. 그래도 받을 수 있으니 정말 다행이죠.

청구만 하시면 되니까 지금이라도 아이 아빠한테 과거양육비청구소송을 해보세요. 다행히 아이 아빠가 재산이 있다니 양육비 받기는 어렵지 않겠네요. 치료 잘 하셔서 건강 회복하시고 아드님과 행복하세요.



조혜정 변호사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차별시정담당 공익위원직을 맡고 있다. 언론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대한변협 인증 가사·이혼 전문변호사로 16년째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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