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어머니 병수발한 대가를 받고 싶어요

[조혜정의 사랑과 전쟁]'효자'에게 재산 더 물려주는 '기여분'

조혜정 변호사 2016.11.22 10:18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Q) 얼마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는 집 한 채를 남기셨는데, 어머니는 생전에 늘 그 집은 저한테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어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셨던 이유는 제가 10년 넘게 편찮으신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10여년 전부터 지병인 심장병과 고혈압으로 여러차례 입원과 퇴원을 하셨는데, 그 병원뒷바라지는 모두 제가 도맡아했습니다. 

자식이라곤 누나와 저밖에 없었는데 누나는 멀리 산다는 핑계로 명절에나 한 번씩 내려오고 어머니 병간호는 완전히 나몰라라 했습니다. 어머니 생활비와 약값, 병원비도 물론 저희 내외가 다 댔지요. 돌아가시기 2-3년 전부터는 치매증상도 나타나서 저와 아내는 정말 힘들었지만, 그래도 자식된 도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견뎠습니다.

누나가 완전히 모른 채 하는 게 서운하긴 했지만 그래도 서운한 티를 내면 어머니가 마음 아프실까봐 내색 한 번 하지 않았습니다. 누나도 사는 게 힘드니 그러겠지, 그나마 나은 내가 어머니를 모시면 된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어머니는 저한테 미안하셨는지 누나가 오면 늘 어머니 집은 저한테 준다고 하셨고 누나도 그러지 말라는 말을 한 번도 안 해서 저는 어머니 집은 당연히 제가 갖는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어머니 장례식이 끝나고 나니까 누나가 자기도 자식이니 어머니 집을 공평하게 나누자고 합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했더니 어머니하고 같이 산 거 말고 한 게 뭐 있느냐, 유언장이 없으니까 상속은 똑같이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원래 어머니 집 값이 얼마 안 돼서 관심이 없다가 얼마 전 어머니 집이 있는 지역에 개발계획이 발표되니까 누나가 욕심이 생긴 거 같습니다.

어머니 봉양하느라 10년 넘게 고생한 저와 누나가 어머니 집을 똑같이 나눈다는 걸 말도 안 됩니다. 무엇보다 어머니 모시느라 10년 넘게 고생한 아내한테 너무 미안해서 도저히 그럴 수 없습니다. 제가 어머니 모신 대가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알고 싶습니다.


A) 얘기를 들어보니 누님 정말 너무 하시네요. 누님이 어머님 병수발을 잠깐이라도 했다면 절대 그런 얘기는 할 수 없었을 텐데. 누구나 자신이 하지 않은 수고는 가치를 알기 어려운 법인가 봅니다. 선생님의 누님만 그런 건 아니고, 같은 동기간이라도 부모님 모신 공을 알아주지 않아 상속재산분배를둘러싸고 다투는 경우가 적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누님이 선생님의 수고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도 법원은 알아주고, 선생님의 고생에 대한 보답을 해줍니다. 바로 우리 민법이 인정하고 있는 '기여분'제도란 것인데요. 기여분 제도는 공동상속인 중에서 피상속인(돌아가신 분)을 특별히 부양했거나 피상속인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관하여 특별히 기여하였을 경우 이런 기여를 법원이 평가해서 그만큼 상속재산을 더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효자에게 재산을 더 주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사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법조문에는 써있었는데 법원이 기여분을 적극적으로 인정해주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2010년 이전에 나온 가정법원의 판결들을 보면 왠만해서는 기여분을 잘 인정해주지 않았거든요. 예를 들어, 아들이 단독으로 부모 생활비를 부담하고 부모집의 보증금을 부담한 경우, 아버지를 모시고 살면서 돌아가실 때까지 간병한 경우에도 자식으로서 당연히 해야하는 부양의무라고 했고, 매월 30만원씩 용돈을 드리고 병원비 등을 댄 경우에도 통상적인 부양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는 게 당연하지, 그게 뭐 특별하냐는 태도였지요. 부모님 사업을 같이 해서 재산을 늘려주었거나, 상당히 많은 돈을 드리거나, 아주 힘든 병구완을 하는 경우에나 기여분이 인정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정법원이 기여분을 예전보다 관대하게 인정해주는 추세로 가고 있는 게 확실해보입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던 경우나 같이 살지 않더라도 주말과 휴일에 부모님을 찾아서 생활을 돌봐드린 경우에도 기여분을 인정해주는 판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10년간 수입이 없는 부친의 생활비를 대고 치료비와 약값을 대는 등 간병을 하면서 부친 집을 관리해준 경우에 기여분 30%가 인정됐습니다. 모시고 살지는 않았고 주말과 휴일에 가서 돌봐드린 것만으로도 기여분이 인정된 사례입니다. 상당한 기간 모시고 살면서 간병하고 부양을 해드린 경우에는 그 이상 인정된 경우도 나오고 있고요. 자식들이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것 자체를 특별한 효도로 인정해주는 시대가 된 거지요.

이런 추세를 보면 선생님이 기여분 청구를 하면 기여분을 인정받기는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머님의 유지대로 어머님 집 전체를 선생님이 다 받으실 수 있을지까지는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판례의 경향을 보면 기여분으로 50% 정도는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머님 집의 50%를 기여분으로 받고 나머지 50%의 1/2인 25%를 선생님의 법정상속분으로 받을 수 있으니 결과적으로 75%를 받게 됩니다. 이 정도면 억울한 마음이 좀 풀리실까요?

우선 누님하고 선생님의 기여분을 얼마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 의논을 좀 해보고 잘 얘기가 안되시면 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와 함께 기여분청구를 하시면 선생님의 문제가 잘 해결될 것입니다.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길 바랍니다.

조혜정 변호사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차별시정담당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변협 인증 가사·이혼 전문변호사로 16년째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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