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건설

[친절한판례氏]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회의 열기를 거부한다면

법원 허가 얻어 회의 소집해야…허가 안 받은 임시회의 의결은 무효, 민법 상 비법인사단 규정 적용

권형필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2016.12.15 10:26


아파트에서 입주자대표회의 회의를 소집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자는 원칙적으로 회장으로 지정돼 있다. 즉 회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거나 그 외 동대표들이 회의를 소집해 달라고 요구할 경우 회장은 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 그러나 동대표들로부터 회의 소집을 요구 받았는데도 회장이 회의를 소집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와 관련해 서울고등법원의 판례가 있다. (2014나32887 판결)


A씨는 X아파트의 대표자 회장이다. 그런데 동대표인 B씨, C씨 등은 회장인 A씨에게 A씨를 해임하는 것과 관리규약 최종 결정 등을 안건으로 하는 임시회의를 소집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A씨는 본인에 대한 직위해제 안건을 제외한 채 임시회의를 소집했다.


이에 동대표 C씨는 다른 동대표들에게 'A씨에게 임시회의 소집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는다'며 '따로 A씨 해임의 건 등을 목적으로 하는 임시회의를 개최한다'는 내용의 공고와 소집통지를 했다. 이 임시회의에는 동대표 12명 중 8명이 참석했다. 여기서 대표회장 A씨의 해임(직위해제) 결의가 이뤄졌다.

이와 같은 사실관계에서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우선 동대표 C씨가 소집한 임시회의가 적법한 소집권자에 의해 소집된 회의인지 여부에 관해서 어떻게 판단했을까.


X아파트 관리규약은 회장이 14일 이내에 입주자대표회의를 소집해야 함에도 이를 소집하지 않을 경우 회장을 대신하여 회의를 소집할 주체에 대한 아무런 규정이 없었다.


따라서 고등법원은 "공동주택의 입주자대표회의는 동별 세대수에 비례해 선출되는 동별 대표자를 구성원으로 하는 법인 아닌 사단이므로 관리규약에서 회장이 14일 아내에 회의를 소집하지 아니할 경우의 회의 소집권자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할 때에는 민법과 비송사건절차법의 관련 규정을 유추 적용해 회의소집을 원하는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들은 법원에 회의소집의 허가 신청을 해 회의를 소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그런 절차를 통하지 않은 이 임시회의에서 이뤄진 해임 의결은 무효란 얘기다.

대부분의 아파트에서는 회장이 임의로 회의를 소집하지 않을 경우 그에 대한 절차가 이미 예정돼 있다. 다만 그렇지 않을 경우 어떤 규정이 적용돼야 하는지 이제까지 불분명했다. 이 판결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가 민법상 비법인 사단임에 비춰 민법의 해당규정이 적용된다고 봤다. 


고등법원은 법원의 허가를 얻어 입주자대표회의의 회의를 소집해야 하고, 회장이 입주자대표회의 회의를 소집하지 않았을 때 이뤄진 결의는 민법 상 비법인사단의 규정을 적용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만 비로소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진행한 회장 해임 의결은 무효란 얘기다.


◇판결 팁= 판결에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련해 구 주택법상의 절차가 아닌 민법 및 비송사건절차법을 적용한 점은 다소 의문이 남는 부분이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권형필 변호사는 주로 집합건물과 부동산 경매 배당 관련 사건을 다루고 있다. 저서 집필, 강의, 송무 등으로 활동 중이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서 경매·집합건물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