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패는 후레자식, 상속 못 받게 할 순 없나요?

[조혜정의 사랑과 전쟁]

조혜정 변호사 2016.12.20 08:09

Q) 망나니 남동생 때문에 질문을 드립니다. 제 남동생은 저희 아버지가 마흔이 넘어서 본 늦둥이입니다. 아들을 바라셨던 아버지는 늦게 얻은 아들만을 편애하고 동생이 아주 어릴 때부터 원하는 건 뭐든지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너무 ‘오냐 오냐’ 키운 탓인지 동생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온갖 말썽을 부리더니 대학을 제대로 못 갔고, 유학까지 다녀왔는데도 아직 제대로 사람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몇 번 취직을 했지만 번번이 몇 달 못 가서 그만두었고, 결혼 3년 만에 아내 폭행으로 이혼당했습니다. 30대 후반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아버지의 돈으로 빈둥거리며 술에 의존해 살아갑니다. 부모님은 이런 동생 때문에 가슴을 찧으면서 사신 지 오래 되셨구요.

다 큰 성인이 자기 인생을 스스로 망친다는데야 누나인 저도 관여할 수가 없어서 그동안은 지켜만 봤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동생이 얼마 전부터 부모님을 상대로 횡포를 부리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저희 아버지는 사업에 성공해서 몇 백억 대의 재산을 일구셨는데, 동생이 그 재산을 욕심내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만취한 상태로 부모님 댁에 가서 ‘재산을 미리 주지 않는다’고 난동을 부리다가 말리는 어머니를 때리고 아버지에게는 ‘×× 새끼’라고 욕하기까지 했다네요. 어머니가 울면서 전화를 하셔서 알게 된 사실입니다.

아버지는 대노하셔서 동생한테는 절대 재산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하십니다. 팔순 가까운 부모를 패는 이런 후레자식한테 아버지 재산상속을 못 받게 할 수 있을까요?


A) 어머니를 때리고 아버지를 욕하는 자식이 부모재산을 물려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지요. 하지만, 가끔은 인지상정과 법이 다를 때가 있는데, 이번 질문 같은 경우도 그렇습니다. 우리 민법이 이런 문제에서 상식과는 태도가 다르거든요. 

상속인에게 상속자격을 박탈하는 것을 '상속결격'이라고 하는데, 남동생이 아버지 재산상속을 못 받게 하려면 상속결격요건에 해당되어야 합니다. 우리 민법에 의하면 상속결격사유는 '1.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고 한 자, 2.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과 그 배우자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자'로 규정되어 있습니다(민법 제1004조). 

요컨대, 상속결격이 되려면 살인, 살인미수, 상해치사 정도로 아주 중한 범죄가 있어야만 하고 폭행, 폭언만으로는 상속결격이 되지 않는 겁니다. 그러니, 선생님의 남동생은 어머니를 때리고 아버지에게 욕을 했더라도 아버님 재산을 상속할 자격을 박탈당하지는 않습니다.
 
만약, 아버지가 아들에게 재산을 주지 않으려고 재산을 선생님에게만 다 물려주거나 사회단체에 기부해서 아들의 몫을 없앤다 하더라도 선생님의 남동생에게는 유류분 반환청구권이 있기 때문에 본래 받아야 할 상속분의 1/2까지는 유류분청구를 해서 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남동생이 스스로 아버지 재산상속을 포기하지 않는 한, 남동생의 상속인으로서의 권리를 완전히 박탈할 수 있는 법적인 방법은 없답니다.

부모를 때리고 욕하는 후레자식에게도 상속권을 보장하는 법규정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는 저도 의문이 듭니다. 하지만, 우리 민법은 이렇게 정하고 있는 이유는 자식들이 상속을 받을 권리도 법적으로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상속결격사유를 엄격하게 정해놓지 않으면 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서 상속여부가 좌우될 수도 있기 때문에 중범죄 수준이 되어야 상속결격이 된다고 아예 못박아놓은 것이지요.

아마 선생님도 선생님의 부모님도 이런 결론을 받아들이시기가 힘드실 거예요. 어쩌겠습니까. 피는 물보다 진하고 핏줄을 나눈 인연의 무게가 그만큼 무거운 거다, 이리 생각하시면 좀 마음이 편해지실까요?


조혜정 변호사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차별시정담당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변협 인증 가사·이혼 전문변호사로 16년째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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