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L리포트]상증세법 시행령 개정에 자산가들 '빨간불'

비상장株 가액, 순자산가치 80%으로 하한설정.. "합리적" vs "부작용 우려"

황국상 기자 2017.01.11 16:23
가수 겸 배우 서인국, 수영, 마동석이 지난해 6월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아모리스 컨벤션에서 진행된 OCN 드라마 '38사기동대'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세금징수 공무원과 사기꾼이 합심하여 편법으로 부를 축적하고 상습적으로 탈세를 저지르는 악덕 체납자들에게 세금을 징수하는 통쾌한 스토리를 다룬 드라마로 오는 17일 첫 방송된다./사진=김휘선 인턴기자
비상장주식 가치의 하한을 순자산가치의 80%로 설정하는 내용의 상증세법(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그간 법령규정의 헛점을 '절세플랜' 등으로 활용해 비상장주식으로 가업승계 등을 해왔던 자산가들에게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다.

11일 기획재정부, 법조계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해 12월29일 이같은 내용의 상증세법 시행령 일부개정령 안을 이달 19일까지 입법예고한 후 내달 3일 공포·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법무법인 세종의 김현진 변호사는 "시행일 이후 상속이 개시되거나 증여받는 분부터 적용될 예정"이라며 "이 개정규정은 특수관계인 간 자산양수도 거래시 양도소득의 부당행위 계산, 저가양수 등에 따른 증여세 부과의 기준이 되는 '시가' 산정에 있어서도 직접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과세당국은 현행 방식이 순손익가치가 낮은 법인의 주식가치를 과소평가하게 되는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행 방식에 의한 비상장주식 평가액이 순자산가치의 80%에 미달할 경우 순자산가치의 8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평가토록 개정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순자산가치보다 순손익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비상장법인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그러한 주식의 증여·양도를 계획하고 있는 당사자라면 시행일 이전의 증여·양도를 신중히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자산가들의 '절세플랜', 어떻게 이뤄져왔나 = 상장주식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곧 그 주식의 가치로 여겨지지만 비상장주식은 거래가 희박하게 이뤄진다는 점 때문에 가치평가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 때문에 별도의 규정으로 이 가치를 산정하곤 한다. 이를테면 평가기준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해당 비상장주식이 매매되거나 평가기준일로부터 일정범위 이내의 시점을 전후해 감정평가를 받았을 때 그 매매가액 또는 평가액을 비상장주식의 가치로 간주하는 등 방법이 있다.

위의 2가지보다 훨씬 자주 쓰이는 방식은 기업(주식)의 가치를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로 나눠 이를 일정비율로 가중평균하는 방식이었다. 현행 상증세법 시행령 제54조(비상장주식의 평가) 제1항이 규정하는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이 조항은 순손익가치에 60%, 순자산가치에 40%의 가중치를 부여한 후 이를 더한 가격으로 비상장주식의 가치를 정하도록 하고 있다. 순손익가치는 최근 3개년간의 순손익의 가중평균액을, 순자산가치는 결산재무제표상 순자산가치를 각각 의미한다.  이 가치를 기준으로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거두는 방식이다. 

비상장주식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면 그만큼 더 많은 세금을 내야한다. 이 때문에 세금을 적게 내려는 목적에서 주식가치를 낮추기 위한 각종 방법들이 고안되곤 했다. 위의 산식대로라면 순자산가치나 순손익가치 중 어느 하나를 확 낮추면 세금을 줄일 수가 있다. 

하지만 과거 기간 누적돼 온 순자산가치를 늘이거나 줄이는 것은 어렵다. 반면 거시·미시적 변수로 변동성이 큰 순손익가치는 상대적으로 손을 대기가 쉽다. '절세플랜'이라는 이름으로 비상장주식의 상속·증여 과정에서 세금을 줄이는 방법은 바로 이 손익가치 부분에 손을 대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평가다.

예를 들어 비상장 상태인 A사의 순자산가치가 100이고 최근 3개년도 순손익가치 가중평균치가 100(연도별 가중치는 편의상 무시)이라고 하면 이 회사의 주식가치는 100(순손익가치 X 60%에 순자산가치 X 40%)이 된다. 일반적으로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자산가치도 쌓여가는 정상기업에는 이같은 산식이 무리없이 적용된다.

그런데 순손익가치가 3년연속으로 결손상태, 즉 적자를 이어올 경우 순손익가치는 제로(0)가 되고 오로지 순자산가치만 반영이 된다. 즉 위의 경우에서 A사가 과거 3년연속으로 적자상태라면 A사의 가치는 역시 100(순손익가치 X 0%에 순자산가치 X 100%)이 된다.

현행 규정상 구멍은 '순손익가치가 3년연속 결손이 아닌 경우'에서 생겨났다. 평가시점으로부터 3년전, 2년전의 순손익가치가 20, 30씩 발생했다더라도 A사가 인위적 방법을 동원해 최근년도의 순손익가치를 마이너스 60으로 만들 경우 이 회사의 순손익가치는 사실상 '제로'가 되고 A사 주식가치 중 순손익가치는 역시 0이 된다. 하지만 순자산가치는 100%가 아니라 40%만 반영이 된다. 최근년도 손익가치만 바꿨을 뿐인데 A사 주식가치는 40(순손익가치 X0%에 순자산가치X40%)으로 뚝 떨어진다.

마찬가지로 순자산가치는 100이면서 매년 결손이 나는 회사라고 하더라도 최근년도의 이익을 손을 대서 과거 3개년도 손익가치를 일시적으로 플러스(+)로만 만들어도 비슷한 효과가 생긴다. 

즉 3년전, 2년전에 각각 -30, -40씩의 손실이 발생했다더라도 최근년도에 각종 방법을 동원해 80만큼의 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이 회사의 가치는 46(순손익가치 10X60%에 순자산가치 100X40%)이 된다. 회사가치가 100으로 평가될 때에 비해 기준액이 낮아진 만큼 세금도 적게낼 수 있다.

◇"구멍막는 합리적 보완책" VS "순자산가치만 고려시 또다른 부작용" =상증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이처럼 주식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려 세금을 덜 내려는 꼼수를 막기 위해 마련됐다. 개정안은 '현행의 순손익가치·순자산가치의 가중평균 방식으로 산출한 가치'(ⅰ)와 '순자산가치의 80%에 해당하는 가치'(ⅱ) 중 큰 금액을 해당 비상장주식의 가치로 삼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100짜리 순자산가치가 인정되는 회사의 주식가치가 약간의 손익가치 조작만으로 40~46으로 떨어지는 일은 앞으로 불가능하게 된다는 얘기다. 최소 A사의 가치는 80 이상으로 매겨지게 되고 여기에 적정세율이 적용돼 세금이 매겨지게 된다. 절세플랜을 가동했을 때보다 세금이 크게 늘어나게 됨은 당연하다.

한 중견회계법인의 회계사는 "비상장주 주식가치 평가규정이 가진 이같은 맹점은 비상장사 지분의 상속·증여과정에서 숱하게 활용돼 온 방법"이라며 "그간 적정한 가치평가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세원이 과도하게 축소돼 왔던 현상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안은 합리적 보완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순자산가치에 80%의 가중치를 부여하고 이를 비상장주식 가치의 하한선으로 잡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대형로펌 조세팀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는 "손익가치가 매우 낮음에도 자산가치가 많은 기업의 경우 현행 가중평균 방식은 물론 개정안에 따르더라도 그 가치가 실질에 비해 과도하게 높게 평가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며 "세원확보를 위해 이번 개정안이 일견 바람직해보일 수 있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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