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선거…명부작성 뒤 휴업 변호사 선거권 박탈 논란

"선거인 명부 작성 기준으로 해야" Vs "휴업했으므로 자격 없어"

송민경(변호사), 유동주 기자 2017.01.16 07:13

대한변호사협회가 차기 수장을 뽑는 협회장 선거인단 명부에서 선거인 명부작성 이후 휴업한 변호사를 제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3일 변협 협회장 선거 사전 조기투표를 하기 위해 투표장을 찾은 A변호사는 투표를 할 수 없었다. 지난 달 사내변호사가 된 그가 휴업신고를 하자 변협 선관위에서 선거권을 박탈했다는 것을 투표장에 가서야 알게 됐다. 변호사업계에 따르면 A변호사와 같이 선거권 기준일(2015년 11월12일) 이후 휴업했다는 이유로 투표권을 박탈당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3일 조기투표와 16일 본투표로 변협 협회장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변협은 선거일 기준으로 개업한 회원만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사실을 모른채 최근 사내변호사로 취업하는 등의 이유로 휴업신고를 한 변호사들이 투표장에서 발길을 돌리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는 이의를 제기했다. “변협이 휴업자에게 투표권을 부당하게 박탈하고 있으니 이를 즉각 시정하라”고 요구하는 공문을 13일 변협에 보내기도 했다.

한법협은 공문을 통해 “관련 규칙에 선거 공고일(2015년 11월27일) 전 15일을 기준으로 협회에 등록과 개업 신고를 한 회원은 선거권이 있는데도 변협은 이후 휴업을 한 회원에 대해 선거권을 부당하게 박탈하고 있다”며 “이는 부정선거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있기 때문에 즉각적인 시정 조치를 바란다”고 했다.


이번 선거에 대한 선거권은 2016년 11월12일 기준으로 정해졌고 선거명부도 이날 기준으로 작성됐다. 그런데 변협은 사전 투표일인 1월 13일 현재 시점으로 휴업상태인 변호사는 선거권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11월 작성된 선거명부는 이후 회원의 개업유지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변협은 지난 2015년 선거에서도 당시 선관위 결정을 통해 같은 방식으로 선거권 기준일 이후 휴업하거나 등록을 취소한 변호사들에 대해 선거권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지난 선거 선관위 결정을 그대로 따른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변협의 이같은 방침은 일반적인 선거 상식이나 유권해석 등에 반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에 의한 대선이나 총선 혹은 지방선거에서 선거인명부가 작성된 뒤에는 작성된 명부에 들어간 선거권자를 빼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도 머니투데이 더엘(the L)과의 통화에서 "선거인 명부 작성뒤 유권자의 국적박탈이나 이주가 있다고 하더라도 선거권을 박탈하지는 않는다"며 "가끔 이의신청을 통해 명부에 추가하는 경우는 있지만 빼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혹시라도 선거권 박탈 사유가 생긴 유권자가 있더라도 일일이 확인해 제외시키는 것도 힘들 뿐 아니라 명부 작성 기준일을 둔 이유가 바로 일률적으로 그 시점에 선거권을 부여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중앙선관위의 선거권기준일에 대한 유권해석과는 반대로 변협은 자체 해석으로 선거 상식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선거권기준일 이후 투표일 현재 회원자격 유무까지 판단해 선거권을 박탈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변협 방침과 같이 한번 작성한 선거인 명부를 이후 계속 수정한다면 기준일을 굳이 둘 필요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변협 방식대로 하려면 지난해 11월 12일 기준일을 둘 필요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올 1월 13일, 16일 현 시점에 회원자격을 유지하는 변호사들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하면 되기 때문이다.


변협은 지난해 11월 12일 이후 신규로 등록하거나 개업신고를 한 변호사에 대해선 투표권을 새로 부여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결국 변협 방식은 유권자를 최대한 줄이는 방법일 뿐이다. 지난해 11월 12일과 올 1월 13일 기준으로 연속적으로 개업상태인 변호사만 투표권을 주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변협은 "개업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휴업신고를 한 변호사는 준회원으로 투표권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당연한 변협 회칙일 뿐 선거명부 작성이후 휴업자에 대한 선거권 박탈에 대한 뚜렷한 근거규정이 될 순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5년 선거에서 당시 변협 선관위가 같은 문제를 두고 선거권을 안 주기로 최종 결정했지만 이 문제가 논의 대상이 된 이유도 결국 명백한 선거권 제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선거권 기준일 이후 회원 자격을 상실한 자에 대해)선거규칙상 명백한 선거권 제한 규정이 없어 선거권이 있다"는 소수의견이 제기됐다. 


이런 논란에 대해 이효은 변협 대변인은 “직선제를 한 이후부터 계속 이런 문의가 있어 왔는데 변협 선관위 입장은 변호사로 개업을 하지 않고 변호사로 업무를 하지 않고 있는 변호사에게 투표권을 줄 수 없다는 것”이라며 “선거 규칙보다 상위인 변협 회칙에 따르면 준회원에게는 회원의 권리와 의무가 모두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선거도 할 수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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