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변협선거 출신별 현황 게시논란…'선거개입의도' vs '정보제공차원'

변협 차기 협회장 뽑는 13일 사전투표, 투표현황 실시간 공개하면서 '사법시험/변호사시험' 구분표시…로스쿨 변호사단체 항의받은 뒤에야 삭제

유동주, 송민경(변호사) 기자 2017.01.16 14:33
지난 13일 제49대 변협 협회장 선거 사전 조기투표일 당시 선관위 홈페이지에 게시됐던 '자격시험별' 투표현황 비율/사진=변협 선관위 홈페이지


대한변호사협회 선관위가 차기 협회장을 뽑는 선거 사전투표가 실시되던 지난 13일 투표한 변호사들을 '출신시험별'로 구분해 공개하다 항의를 받고 이를 삭제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변호사업계에 따르면 사전투표가 한참 이뤄지던 지난 13일 오후까지 변협 선관위는 실시간 투표율 현황에 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 그리고 군법무관으로 나눠 표시한 그래프를 만들어 게시했다. 선관위는 성별과 연령별 현황도 같이 공개했다. 변협 선관위가 출신 자격시험별 투표현황을 공개한 건 세번째 직선제 선거인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로스쿨 변호사 모임인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에선 '출신별' 투표현황에 대해 문제제기했고 선관위는 이를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변협 선관위는 본투표가 이뤄지고 있는 16일 오후 현재까지 지역별로 구분된 투표율 현황만을 올리고 있다. 변협은 이번 해프닝에 대해 '나쁜 의도'가 없었고 변호사회원들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려다 빚어진 오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법협 등 로스쿨 변호사들은 이러한 상황에 고의성이 다분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인 A씨는 "13일 오전에 로스쿨 변호사들 사전 투표율이 높으니까 연수원 출신들 와서 투표하라고 대놓고 선거개입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로스쿨 변호사도 "만약 악의적인 게 아니라고 한다면 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 출신 구분이 과연 성별이나 연령별처럼 생래적(生來的) 차이로 구분되는 요소와 같은 수준이라고 변협은 판단한 듯 하다"며 "그렇게 출신별 구분을 해도 된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불순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그간 변협 집행부가 사법시험 존치활동을 하며 로스쿨 변호사들을 변협회원이 아닌 것처럼 배제한 사례들은 수없이 많다"며 "그런 일들이 수년간 계속됐기 때문에 이번 일도 순수하게 볼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변협 협회장 선거는 지난 2013년, 2015년 1월에도 직선제로 치러졌고 당시에도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투표권을 행사했지만 출신별 투표율이 실시간으로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선 친로스쿨로 알려진 후보의 당선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 로스쿨측 표결집력이 당선자를 결정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었다.

이에 대해 변협 관계자는 "잘 해볼 생각으로 여러 가지 정보를 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실무 차원에서 한 것"이라며 "(출신시험별 데이터는)성별, 연령별과 같이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하자는 수준의 생각이었다"고 해명했다.

그 관계자는 "투표정보제공차원에서 했는데 가져올 파장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고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 경위를 파악한 이후에는 바로 조치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16일 오후 2시 13분 현재까지 전체 유권자 1만8528명 중 8346명이 투표해 45%의 투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가장 많은 변호사가 있는 서울은 44%로 전체평균과 비슷한 반면 경기중앙(53%), 충북(64%), 대전(56%), 울산(56%), 제주(59%) 등 지방 변호사들의 투표율이 높은 편이다.  

16일 오후 14시13분 현재 변협 제49대 협회장 선거 투표율 지역별 투표 현황. 13일 게시됐던 자격시험별, 성별, 연령별 구분이 없어지고 지역별 현황만 공개되고 있다./사진= 변협 선관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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