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소송 전반에 집단소송제 도입이 필요하다

[김승열의 금융IP]김승열 변호사(대한중재인협회 수석부협회장)

김승열 변호사(대한중재인협회 수석부협회장) 2017.01.16 10:58
가장 많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낸 옥시의 존 리 전 대표가 지난해 5월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방검찰에 출석하고 있다./사진=홍봉진기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조물 책임사안에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해 이뤄지는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액의 3배를 징벌적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하고자 하는 법안개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나아가 제조물책임사안에서 입증책임도 이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비록 때늦은 감은 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가습기 사망사건 등에서 비난여론이 높아지자 이러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논의된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불법행위에 있어 단순 과실에 의한 행위와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행위를 구분해 악의적인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가중하는 제도이다. 이는 미국·영국 등 영미법계에서 발달했다. 물론 이에 대헤 징벌적 성격의 손해배상금은 형사적인 영역이어서 이를 민사적인 영역에서 징벌적 성격의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그렇지만 민사 영역에서 단순과실과 악의적인 행위를 구분해 그 손해배상액에서 차이를 두는 것은 충분히 납득이 가고 합리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실제로 영미법계에서는 이 제도로 말미암아 악의적인 불법행위를 억제하는 효과가 실제로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금액의 산정은 일반인으로 구성된 배심원이 판단하기 떄문에 너무 금액이 높다는 등의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에 미국에서는 Campbel사안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액이 실손해액의 10배가 넘는 것은 지나치고 3~4배 정도의 징벌적 손해배상액이 적정하다는 가이드라인에 가까운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경우에 3배라는 수치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입증책임의 부담완화역시 바람직한 면이 많다.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자가 고의 또는 과실, 위법행위, 손해 그리고 고의 또는 과실행위와 손해사이의 인과관계 등을 주장하고 이를 입증할 의무가 있다. 그렇지만 제조물 책임사안의 경우에 모든 자료와 정보를 제조자가 다 가지고 있어서 소비자가 이를 입증하는 데에는 많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해 그 입증책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입증책임의 전환 즉 과실 등이 없음을 제조자가 입증하고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과실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등과 같이 그 책임을 완화하는 조치는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소송전반에 집단소송제도를 도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의 법 체제 하에서는 독일식의 집단대표소송 제도를 일부 도입해 운용하고 있으나, 그 절차 등이 다소 복잡한 어려움이 있다. 이를 미국과 같이 단순한 집단소송으로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리고 집단소송에 대해 오해와 편견도 많은데 상대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는 소비자 권익의 보호를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집단소송제도의 도입이 절실하다. 집단소송을 도입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오직 소송을 제기한 사람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이 이뤄지기 때문에 사정상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는 일부 피해자에 대해서는 배상이 이루어지기 어려워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해 실효성있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집단소송 관련 심도있는 논의가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가습기사건에서 전 대표이사들 중 일부는 유죄의 선고를 받았으나, 외국인 국적의 일부 전 대표는 무죄의 선고를 받아 다소 논란이 있다. 이 사건의 경우에 초기의 초동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상당한 시일이 지난 후에 수사가 개시됐고 이에 대한 자료 확보 등이 미흡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의 눈초리가 적지 않다. 

물론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피의자 등에 대한 수사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초동단계에서 좀 더 치밀한 수사가 이뤄지고 나아가 국제사법공조에 의한 실효성있는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 등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차제에 소비자의 권익을 위해 제조물 책임부분에 있어서도 징벌적 손해배상, 입증책임의 완화 그리고 집단소송제도의 도입에 대해 범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 이 제도들을 제대로 도입해 명실상부하게 소비자의 권익의 향상에 크게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Who is]
1961년생인 김승열 변호사(Richard Sung Youl Kim, Esq.)는 서울대 법과대학을 마치고 사법연수원 14기를 수료했다. 카이스트 지식재산대학원 겸직교수로서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 대한변협 소속 지식재산연수원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지식재산금융과 법제도'라는 저서를 발간하는 등 학구파로서의 면모도 보여주고 있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