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권리행사 위한 기망행위, 사기죄 걸릴까

[최현석의 머니&크라임]

최현석 변호사(법무법인 해운대) 2017.01.16 11:33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배상금 또는 채권 등과 관련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면서 확실한 실행을 위해 기망행위를 한 경우 사기죄로 처벌받게 될까요? 실제로 채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혹시나 받지 못하게 될 것을 걱정해 사실관계를 과장하거나 허위사실을 진술하다가 수사대상이 되는 경우들에 대한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사례는 회사 수련회에 참석해 다른 임원들과 말다툼을 하다가 홧김에 스스로 화장실 유리문을 발로 차는 바람에 유리조각에 발을 찔리는 상해를 입었던 사건입니다. 피고인은 산업재해보상보험 요양신청을 하면서 "회사 수련회에서 체력증진을 위한 훈련 중 모래사장을 맨발로 뛰다가 유리에 발을 찔려 상처를 입었다"고 부상 발생 경위를 허위기재했다는 이유로 사기죄로 기소됐습니다.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회사 수련회 참석 중 입은 상해이므로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권리행사를 한 것이라고 주장할 여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부상발생 경위를 허위로 기재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요양신청을 해 보험급여를 지급받는다면 그 자체로 이미 사회통념상 권리행사의 수단으로서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했습니다. 나아가 이는 설령 산업재해보상 보험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결했습니다. 

두 번째 사례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임차인이 실제로 그 주택에 거주하기는 했으나 그의 부인만이 전입신고를 마친 경우였습니다. 이후 경매절차에서 배당신청을 하면서 자신이 전입신고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을 걱정한 피고인은 임대차계약서상의 임차인 명의를 처로 변경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소액임차인으로 소액보증금을 신청해 배당을 받았습니다. 

이 사례에서는 피고인이 임대차계약서의 임차인 명의를 임의로 처로 변경해 경매담당법원으로 하여금 실제 임차인을 처로 오인토록 해 배당을 받은 행위가 문제됐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이 계약서상 임차인 명의를 처로 변경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주민등록은 임차인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의 주민등록을 포함하고 있어 피고인은 소액임대차보증금에 대한 우선변제권행사로서 배당금을 수령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경매법원이 실제 임차인을 처로 오인해 배당결정을 했더라도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사례는 피해자로부터 냉동오징어를 구입하면서 그 대금을 곧 지급할 것처럼 기망하고 오징어를 계속 공급받은 피고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피고인은 그가 피해자에게 가지고 있는 정산금 채권과 오징어 구입대금을 상계할 예정이었다며 오징어 대금을 납부하지 않은 것이 기망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에 대해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봤습니다. 그 이유는 피고인이 냉동오징어 대금을 지급할 채무를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정산금 채권으로 상계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피해자가 동업 정산금 채권의 존재 자체를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마치 현금으로 결제할 것처럼 기망해 물품을 교부받은 것은 사회통념상 용인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결국 기망행위를 수단으로 한 권리행사의 경우, 그 권리행사에 속하는 행위와 그 수단에 속하는 기망행위를 전체적으로 관찰해 그와 같은 기망행위가 사회통념상 권리행사의 수단으로서 용인할 수 없는 정도라면 그 권리행사에 속하는 행위는 사기죄를 구성한다고 할 것입니다. 


[Who is]

법무법인 해운대의 최현석 변호사는 외환은행에 근무하다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39기로 수료했다. 부산지방검찰청 외사부 검사 등으로 근무하며 다양한 경제범죄 사건을 담당했다. 현재는 법무법인 해운대에서 수출입, 조세, 횡령을 비롯한 각종 경제범죄 사건을 주요 업무로 취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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