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 수혜봤다"

이태성 기자 2017.01.16 19:20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본 것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라고 확신했다. 이는 이날 기소한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공소사실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특검팀은 16일 문 이사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위증 혐의로 기소하며 공소내용을 자세하게 공개했다.

특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비율 1(제일모직)대 0.35(삼성물산)로 하는 합병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이 부회장 등 삼성 총수 일가는 제일모직 지분 42.19%를 보유한 반면 삼성물산 지분은 1.41%만 가지고 있었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4.06% 보유하고 있었고 제일모직은 삼성전자 주식이 없던 상태였다.

이때문에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이 낮게 산정될수록 총수일가의 지배력이 강화될 수 있었다는 것이 특검 분석이다.

당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이같은 합병비율이 삼성물산의 자산가치를 저평가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린 상태였다.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판단도 이미 내려진 상태. 삼성물산 지분 11.21%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반대를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국민연금은 그해 7월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로부터 적정 합병 비율이 1(제일모직):0.95(삼성물산)이라는 이유로 합병 반대를 권고받았다. 같은 날 한국거래소 등 자본시장 유관기관들이 참여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으로부터도 적정 합병 비율이 ‘1(제일모직) : 0.42(삼성물산)’이라는 이유로 합병 반대를 권고 받았다고 한다.

여기에 미국 의결권 자문사인 글라스루이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도 이 사건 합병비율이 부적정하다는 이유로 합병 반대를 권고했다. 심지어 합병 당사자인 제일모직이 자문을 의뢰한 회계법인, 삼성물산이 자문을 의뢰한 회계법인 조차 제일모직의 합병가액에 대한 삼성물산의 합병가액의 비율을 이 사건 합병비율보다 높게 산정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 해당 안건을 회부하지도 않고 합병에 찬성했다. 특검은 이 과정에서 문 이사장이 담당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 이사장은 그해 6월 말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비롯한 고용복지수석, 보건복지비서관 등은 문 전 장관에게 '합병이 잘 성사될 수 있도록 챙겨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이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문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를 기재하며 박 대통령의 지시가 전달됐다고 적시했다. 결론적으로 이 부회장에게 이익을 안겨주기 위해 박 대통령이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이날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의 뇌물죄를 향한 수사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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