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몸통' 김기춘 특검 출석…'묵묵부답'

양성희 기자 2017.01.17 09:51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사진=뉴스1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7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출석했다.

김 전 실장은 이날 오전 9시46분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도착해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입을 꾹 닫은 채 조사실로 향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김 전 실장을 상대로 해당 문건의 작성 경위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 여부, '비선 실세' 최순실씨 개입 여부 등을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김 전 실장에 앞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이날 오전 특검에 나와 조사를 받고 있다. 블랙리스트 의혹 정점으로 지목된 두 사람이 동시에 소환되면서 수사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특검팀은 두 사람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대질조사를 검토할 방침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 전 실장은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다. '왕실장'으로 불리던 그는 블랙리스트 작성을 총지휘한 인물로 지목됐다. 특검 안팎에선 "블랙리스트는 김기춘을 잡으려고 (수사)하는 것"이란 말이 돌았다.

블랙리스트는 김 전 실장의 지시로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만들어졌고, 이후 교육문화수석실을 거쳐 문체부로 넘어가 관리됐다고 한다.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1만명 가까운 인사들은 각종 문화계 지원정책에서 배제되는 등 탄압을 당했다.

특검팀은 이날 조사에서 블랙리스트뿐만 아니라 최씨 국정 농단과 관련한 의혹 전반도 김 전 실장에게 확인할 계획이다. 청와대 2인자로서 김 전 실장이 최씨를 몰랐을 리 없다고 보는 것이다.

앞서 특검팀은 블랙리스트에 연루된 이들을 줄소환해 조사했다. 이 사건에 연루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 3명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됐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