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도 안 마주친 최순실-장시호… 혐의 의견도 엇갈려

한정수 기자 2017.01.17 12:26
'국정농단' 파문으로 재판에 넘겨진 장시호씨, 김종 전 차관, 최순실씨 /사진공동취재단

'국정농단' 파문으로 재판에 넘겨진 최순실씨(61)가 법정에서 마주한 조카 장시호씨(37)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최근 장씨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최씨가 사용한 별도의 태블릿 PC를 제출한 상황을 대변하듯 둘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최씨와 장씨는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진행된 첫 공판기일에 출석했다. 최씨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수의 차림에 손으로 얼굴을 가린 모습이었다. 장씨는 남색 코트를 입은 채 비교적 담담한 모습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이들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56)은 다소 당황한 기색이었다.

이후 이들은 준비된 피고인 석에 앉았다. 장씨, 김 전 차관, 최씨 순이었다. 이들 사이에는 각각 변호인들이 자리했다. 최씨는 취재진의 촬영이 끝난 뒤 변호인과 잠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장씨 쪽으로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장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앞을 응시하던 그는 재판이 시작되자 최씨 자리의 반대편인 재판장 쪽으로 몸을 돌렸다.

이날 재판에서 장씨는 혐의에 대해 지난 공판준비기일 때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 최씨, 김 전 차관과 공모해 장씨 자신이 소유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전자가 16억2800만 원을 후원하도록 압박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를 인정한 것이다. 영재센터 자금을 일부 횡령한 혐의도 인정했다. 다만 국가보조금을 부당하게 타낸 혐의만 부인했다.

반면 최씨와 김 전 차관은 같은 혐의에 대해 부인하는 입장을 보이면서 재판 진행 과정에서 치열한 진실 공방을 예고했다. 구체적으로 최씨의 변호인은 "영재센터 취지가 좋아 설립을 도왔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좋은 취지에서 (동계스포츠가) 금메달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도와준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의 변호인은 "삼성 측을 협박, 강요한 일이 없다"며 "삼성의 후원금은 청와대와 삼성 수뇌부가 직접 소통해 지원된 것임이 이미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이어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도 16억여 원의 후원금을 삼성에서 박 대통령에게 제공한 뇌물로 보고 있다"며 "후원금 지원은 김 전 차관과 관계없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들이 의견을 모두 밝힌 뒤에는 검찰이 신청한 증거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영재센터 지원이 부당하게 이뤄졌다는 검찰 공소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들이 다수 제시됐다. 검찰에 따르면 한 삼성 관계자는 "영재센터 후원이 윗선에서 정리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진술을 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삼성 측에 '대통령 관심사안'이라며 압박을 한 증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검찰 진술조서도 공개됐다. 이 부회장은 영재센터 지원 관련 질문에 "보고받은 사실이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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