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판례氏]명의신탁한 토지에 설정한 가등기 효력은

명의신탁 약정은 부동산 실명법에 따라 무효이고 그에 따른 가등기 또한 무효

이건욱 변호사(법무법인 대지) 2017.01.20 08:48


부동산 관련 소송을 하다 보면 명의신탁과 관련된 사안을 자주 접하게 된다.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이 제정된 지 20년이 지났다.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명의신탁이 위법해 무효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명의신탁 제도를 세금탈루 등 다양한 이유로 애용하고 있다. 또 명의신탁은 무효이므로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로부터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을 반환 받을 수 없는 위험이 있다. 이를 아는 사람들은 수탁자 명의 부동산에 가등기를 설정하는 방법으로 위험회피를 시도하곤 한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A씨는 B씨로부터 해당 부동산을 매수하면서 C씨에게 해당 부동산을 명의신탁했다. 법적인 용어로 이를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이라고 한다. A씨는 C씨와 해당 부동산에 대해서 A씨 본인이나 또는 A씨가 지정하는 자에게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로 약정했다. 그 후 C씨는 A씨가 지정한 사람인 D씨에게 해당 부동산에 가등기를 설정해 주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D씨는 C씨에게 가등기에 기한 소유권이전을 요구했다. 그런데 C씨가 이를 거절했다. 그러자 D씨는 C씨를 상대로 해당 부동산에 대해 가등기에 기한 소유권이전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원심 재판부는 D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C씨는 D씨에게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이와 달랐다. 따라서 원심은 파기되고 환송됐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의 판단은 다음과 같다. 재판부는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후 부동산을 매수하면서 매수대금의 실질적 부담자와 명의인 간에 명의신탁관계가 성립한 경우에는 이는 부동산실명법에 의해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을 전제로 명의신탁 부동산 자체 또는 처분대금의 반환을 구하는 것으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며 "만약 그들 사이에 매수대금의 실질적 부담자의 요구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 명의를 이전하기로 하는 등의 약정을 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대법원 재판부는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을 하고 그 약정을 전제로 하여 이에 기한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확보하기 위해 명의신탁 부동산에 명의신탁자 명의의 가등기를 마치고 향후 명의신탁자가 요구하는 경우 본등기를 마쳐 주기로 약정했더라도 이 약정 또한 부동산실명법에 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무효"라며 "이런 약정에 의하여 마쳐진 가등기는 원인무효"라고 덧붙였다. (대법원 2014다63315 판결 참조)


다시 말해서 명의신탁 약정이 무효라면 그 무효인 명의신탁에 터잡아 설정된 가등기 또한 무효라는 이야기다.


명의신탁에 기한 가등기와 관련해 다음으로 살펴볼 쟁점이 하나 더 있다. 앞서 든 사례는 명의신탁으로 소유권이 이전된 후 다시 가등기가 설정된 경우다. 그런데 이번 쟁점은 정당한 등기권리자가 제3자를 가등기권자로 한 경우이다.


간단한 사례를 상정해보자. A씨는 B씨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했다. 그런데 A씨는 청구권 보전을 위해서 가등기를 했는데 A씨 본인을 가등기 명의권자로 하지 않고 그의 부인인 C씨를 가등기권자로 했다. 시간이 흘러 C씨가 B씨를 상대로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청구를 하였다. 이 경우 C는 소유권을 이전 받을 수 있을까.


결론은 '이전 받을 수 없다'다. 그 이유는 A씨와 B씨 간에 매매계약은 유효하나 A씨와 C씨간의 명의신탁 약정은 무효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서 살펴 본 두 사례에서 매수인인 A는 궁극적으로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을 확보할 수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처음의 사례에서는 A씨는 B씨를 대리해서 C씨를 상대로 등기말소청구를 제기하고 다시 B씨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진행하여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다. 두번째 사례의 경우에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하면 소유권을 이전 받을 수 있다.

      
현실에서는 본인이 매수인임에도 형제나 자매들을 가등기권자로 등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무효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많은 주의를 요한다. 오늘의 결론은 ‘명의신탁은 하지 말라’이다.

이건욱 변호사는 법무법인 대지의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부동산, 건축 분야와 관련한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저서 집필에도 힘쓰고 있는 중이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서 부동산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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