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일반

[친절한판례氏] 의사가 써 준 '입퇴원 확인서'도 진단서일까?

입퇴원 확인서로는 환자의 건강상태 증명 不可…진단서 X

장윤정(변호사) 기자 2017.02.15 09:23


의사가 보험금을 노리고 입원 기간을 조작하고자 하는 환자의 요구를 들어준 경우, 환자 외에 의사 역시 형법상의 범죄를 저지른 것이 된다. 의료인만이 작성할 수 있는 진단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사람을 처벌하는 형법 규정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허위의 증명서를 만들어 환자에게 건네준 의사에게 형법상의 죄가 성립하는지가 문제됐던 대법원 판례(2012도3173)가 있어 소개한다.

 

A씨는 X병원에서 맘모톰 절제술(mammotome, 유방 조직을 잘라 적출하는 시술)을 받았다. A씨는 시술 뒤 따로 입원을 하지는 않았고, 곧바로 퇴원했다. 하지만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을 받고 싶었던 A씨는 담당 의사인 B씨에게 "6시간 입원을 했던 것으로 입퇴원 확인서를 작성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B씨는 A씨의 입·퇴원시간을 6시간으로 입력한 입퇴원 확인서를 만들어 A씨에게 발급해줬다. 이 확인서에는 환자 A씨의 인적사항, 병명, 입원기간 및 그러한 입원사실을 확인한다는 내용이 기재돼있었다.

 

한편, 당시 B씨의 병원 홈페이지 맘모톰 시술 궁금증 게시판에는 '입원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외래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으며, 시술 후 바로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가 적혀 있었다.

 

검찰은 "B씨가 사실과 다른 내용의 증명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며 그를 허위진단서작성죄로 기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B씨의 혐의는 형법 제233조의 허위진단서작성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우선 허위진단서작성죄에서의 '진단서'에 대해 "의사가 진찰 결과에 관한 판단을 표시해 사람의 건강상태를 증명하기 위해 작성하는 문서"라며 "형법 제233조의 진단서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서류의 제목, 내용, 작성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재판부는 "의사 B씨가 환자 A씨에게 작성해 교부한 ‘입퇴원 확인서’는 그 문언의 제목, 내용 등에 비추어 의사의 전문적 지식에 의한 진찰이 없더라도 확인 가능한 환자들의 입원 여부 및 입원기간의 증명이 주된 목적인 서류"라며 "환자의 건강상태를 증명하기 위한 서류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입퇴원 확인서는 단순히 환자가 입원한 기간을 나타내는 서류이므로 이를 형법상 허위진단서작성죄에서 규율하는 진단서라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B씨는 허위진단서작성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 판례 팁 = 위 판례는 허위진단서작성죄의 요건 중 '진단서' 부분이 문제된 것이었으나, 다수의 사례에서는 '허위'인지가 문제된 경우도 있다. 이와 관련해 "허위진단서작성죄에 있어서 허위의 기재는 사실에 관한 것이건 판단에 관한 것이건 불문하는 것"이라면서도 "이 죄는 원래 허위의 증명을 금지하려는 것이므로 그 내용이 허위라는 의사의 주관적 인식이 필요하며, 실질상 진실에 반하는 기재여야 한다"는 것이 우리 법원(89도2083)의 입장이다.

 

 

◇ 관련 조항

- 형법

제233조(허위진단서등의 작성)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또는 조산사가 진단서, 검안서 또는 생사에 관한 증명서를 허위로 작성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7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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