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친절한판례氏] 빌린 건물 배관 터졌다면…수리비는

건물 빌려 준 임대인이 부담해야…정해진 목적에 따라 사용할 수 없는 대규모 수선에 해당

송민경(변호사)기자 2017.02.17 18:16


건물을 임차해 여관으로 사용하던 중 배관이 터져 보일러를 사용할 수 없게 된 경우 수리비는 임대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임대차 계약에 따른 임차 목적물을 임차인(건물을 빌린 사람)에게 인도한 이후에도 임대차 목적물이 고장이 났거나 수리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임대인(건물을 빌려준 사람)은 임대 목적물의 사용에 필요한 수리를 해줘야 할 의무(수선의무)를 부담한다.

임대인 A씨는 임차인 B씨에게 건물을 빌려 여관으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보일러가 고장 났다. 배관이 터져 수리를 하지 않으면 보일러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경우였다. 이 경우 보일러 수리에 대한 비용을 누가 책임져야 할 지 문제가 됐다.


서로 이에 대한 비용을 자신이 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던 A씨와 B씨. 게다가 그들이 계약을 맺을 때 계약서에는 "여관 수리는 임차인인 원고가 부담하고, 보일러 고장을 수리하는 것은 목욕탕을 가동할 때는 원고가 그 수리비의 반을 부담하고 가동하지 않을 때는 그 전액을 부담한다"는 내용의 특약이 있었다. 결국 이 사건은 법정으로 넘어가게 됐다. 대법원은 어떻게 판결했을까.


대법원 재판부는 "임대차계약에 있어서 임대인은 목적물을 계약 존속 중 그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면서 "임차인이 별 비용을 들이지 아니하고도 손쉽게 고칠 수 있을 정도의 사소한 것이고 임차인의 사용·수익을 방해할 정도의 것이 아니라면 임대인은 수선의무를 부담하지 않지만, 그것을 수선하지 않으면 임차인이 계약에 의해 정해진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할 수 없는 상태로 될 정도의 것이라면 임대인은 그 수선의무를 부담한다"고 밝혔다. (94다34692 판결)

건물을 빌린 사람은 여관으로 사용하고 있었으므로 보일러가 사용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이 고장은 사용을 방해할 만한 큰 고장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건물을 빌린 임차인이 아닌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져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만약 이 의무를 없애는 것도 가능한 것일까. 이들의 계약서에는 특정 조항을 들어 있었다. 이에 대해 계약 조항을 해석하는 것 또한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됐다.


대법원 재판부는 "임대인의 수선의무는 특약에 의해 이를 면제하거나 임차인의 부담으로 돌릴 수 있다"고 하면서 "그러나 그러한 특약에서 수선의무의 범위를 명시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면하거나 임차인이 그 수선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은 통상 생길 수 있는 파손의 수선에 한한다 할 것이고, 대파손의 수리·건물의 주요구성 부분에 대한 대수선·기본적 설비 부분의 교체 등과 같은 대규모의 수선은 이에 포함되지 않고 여전히 임대인이 부담한다"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계약서의 해당 조항에 따르더라도 수선의무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고 봤다. 그렇다면 결국 일반 원칙으로 돌아가 건물을 빌려준 임대인이 여전히 수선의무를 진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 판례 팁 = 건물을 빌려 사용하던 중 그 건물에 고장이 났다. 이때 그 고장이 건물을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것이면 건물을 빌려준 사람이 수선의무를 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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