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포탈죄 인정, 더 엄격해야 한다

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정재웅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2017.02.22 16:45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대기업 오너들이 조세포탈죄로 기소됐다가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 중 상당 부분은 해당 기업이 세금을 제대로 신고∙납부한 것은 아니지만, 기업의 오너를 조세포탈죄로 형사처벌을 해야 할 정도의 적극적인 부정행위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 무죄판결의 이유다. 

검찰은 조세포탈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기소를 하고, 법원은 무죄판결을 하는 사건이 적지 않은 이유는 조세포탈죄의 성립요건에 대한 판단 자체가 쉽지 않기때문이다. 또 그런 판단을 하는데 검찰과 법원의 직무와 역할상 뚜렷한 차이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조세포탈죄의 구성요건인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한 단순 허위신고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경계가 모호하다. 범죄수사와 공소제기, 그 유지를 직무로 하는 검사로서는 경계에 해당하는 사건의 경우 적극적으로 기소를 해서 법원의 판단을 구할 필요가 있다. 반면 법원은 형사재판의 기본원칙상 유∙무죄의 판단이 모호한 경우 피고인의 이익을 위한 판결을 할 수밖에 없다.

조세포탈죄를 규정하고 있는 조세범처벌법은 2010년 전면적인 법개정을 통해 조세포탈죄의 구성요건인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를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적극적 행위'를 말한다고 규정한다. 또 이에 대해 △이중장부의 작성 등 장부의 거짓 기장, △거짓 증빙 또는 거짓 문서의 작성 및 수취, △장부와 기록의 파기 등 몇 가지 유형을 명시했다.

하지만 법에 명시되지 않은 행위유형이라도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실제 그러한 행위유형 중 과연 어느 행위가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적극적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이 여전히 쉽지 않다.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는 지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됐으면 하는 사항, 그 중에서도 국민의 입장에서 반드시 고려됐으면 하는 몇 가지 사항을 제안한다. 

첫째, 납세자가 가능하면 세금을 적게 내려고 애쓰는 행위를 범죄행위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납세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하는 사람은 칭찬받아야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납세의무를 불충실하게 이행하는 사람을 범죄인 취급을 할 필요는 없다. 

국가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민들로부터 일방적으로 걷는 세금의 본질상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납세의무의 이행을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납세의무를 지키지 않았을 때 국가는 쉽게 부과 및 징수절차로 나아갈 수 있다. 이와 같은 국가의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적극적 행위'에 한해 조세포탈죄로 의율하는 것이 현행 조세범처벌법 규정에도 정확히 부합한다.

둘째, 국가의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것인지'를 판단할 때 국세청이 막대한 양의 과세자료를 보유하고 있고 과세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회계프로그램 등 각종 과세정보의 전산화로 인해 과세요건 충족 여부에 대한 국가의 사실확인이 훨씬 수월해졌으므로, 이점을 고려해서 국세청이 보유하고 있거나 접근가능한 과세정보를 통해서도 조세를 부과∙징수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으면 조세포탈죄의 성립을 부정해야 한다.

셋째, 조세포탈죄가 인정되면 2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포탈세액의 2배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만일 포탈세액이 연간 5억원 이상이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처벌이 훨씬 가중된다. 즉 포탈세액이 연간 1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 포탈세액이 연간 5억원 이상 10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게 되고, 각각의 경우 포탈세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형까지 받게 된다. 

또 납세의무를 불이행한 경우에는 조세포탈에 이르지 않은 경우에도 최고 40%에 이르는 각종 가산세를 부담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경제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가산세로 인한 경제적 부담은 형벌에 못지 않는 불이익처분에 해당한다. 이점을 고려해서 조세포탈죄의 성립여부 판단은 더욱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

검찰과 법원의 조세포탈죄 성립여부의 판단이 과세행정의 발전속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변화된 과세환경에서, 세무공무원의 입장에서, 조세를 부과∙징수하는 것이 단순히 어려운 것이 아니라 법문 그대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한해 조세포탈죄의 성립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유) 화우의 정재웅 변호사는 조세 관련 쟁송과 자문이 주요 업무 분야다. 그 동안 법인세, 부가가치세, 소득세, 상속증여세, 관세 등 전 세목에 걸쳐 다수의 조세쟁송과 자문사건을 수행했다. 강남세무서, 서대문세무서 등에서 외부위원으로 활동했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 외부 필진의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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