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철 특검보 "이재용 1차 영장 기각, 차라리 다행'"

박보희 기자김종훈 기자 2017.03.03 15:32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수사가 공식 종료되는 28일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마지막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1월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에 대해 첫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이건 무조건 영장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자신감은 3일 만에 '치명타'로 돌아왔다. 1월19일 새벽 5시가 가까운 시각, 법원이 이 부회장의 대한 영장청구를 기각하면서다.

특검은 아침 7시 곧바로 회의에 들어갔다. 흥분한 가운데 "이제 어떻게 수사를 해 나갈 것이냐", "바로 기소하자" 등 의견이 쏟아졌다. 회의는 1시간 동안 이어졌지만 마땅한 결론에 이르지 못한 채 주말이 시작됐다.

이후 수사팀은 "완전히 새롭게 수사해야 한다. 기회를 한 번 더 주면 확실하게 하겠다"며 다시 의지를 불태웠다. 어차피 공소유지 차원에서 보강수사가 필요하던 시점이었다. 그렇게 수사팀에게 두 번째 기회가 주어졌고, 이 부회장은 지난달 17일 새벽 구속됐다.

90일 수사기간 동안 특검의 '입' 역할을 했던 이규철 특검보(53·연수원 22기)는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시를 회상하면서 "수사팀이 1차 구속영장 때 구속됐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1차 구속영장 때 적시한 혐의 대로라면 법정에서 무죄 판결이 나올 공산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특검보는 "차라리 보강 수사하게 된 게 다행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특검보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구속기소)의 수첩 39권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 수첩엔 지난해 2월 서울 삼청동 안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독대했을 때 로비가 오고간 정황이 고스란히 적혀있었다고 한다. 이 특검보는 "그때(수첩을 확보했을 때)부터 공정거래위원회 쪽부터 수사가 빠르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박충근 특검보도 "이 부회장 수사가 가장 어려웠다. (뇌물)수수자 조사 없이 영장을 청구해야 해서 상당히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1차 구속영장 청구 때 법원은 기각 사유로 수수자인 박 대통령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이후 특검은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면서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성사시키려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끝내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특검의 '미제'로 남게 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50) 수사에 대해선 아쉬움이 묻어났다. 이 특검보는 "처음엔 '블랙리스트' 수사가 빨리 끝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수사를 하다보니) 규모가 커졌다"며 "시간이 촉박했고 '구속이 급선무다'라고 생각하고 영장을 청구했다. 무조건 나올거라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달 22일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특검보는 "난이도가 있는 우 전 수석 수사를 먼저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수사는 고구마 줄기 같다. 어떤 건 쉽게 캘 수 있는데 어떤 건 캐기가 어렵다. 그러면 일단 캐기 쉬운 것부터 먼저 확보하고 가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수사에 매달리다 나중에 이도저도 아닌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제2의 태블릿PC 조작설'에 대해 이 특검보는 "다 확인했다"고 잘라 말했다. '장시호씨(48·구속기소)가 최씨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해 기기를 조작했다'는 일부 세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한 것이다. 해당 태블릿PC가 개통된 대리점 주인도 '최씨가 와서 직접 개통했다'고 진술했고, 기기 안에서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 이상화 KEB하나은행 본부장 등의 이름이 나왔다는 점 등이 근거였다. 장씨는 이 태블릿PC를 특검에 제출한 뒤 '특급 도우미', '특검 복덩이' 등의 별명을 얻었다.

장씨 얘기가 나오자 이 특검보는 "상당히 긍정적인 성격"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장씨는 웃음이 많고 인사성도 밝다고 한다. "오늘은 뭐해요"라고 물어보면 "숙제 받았어요"라며 특검 요청에 적극 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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