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직원이 그러는데…"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처벌된다?

13년차 금융전문 변호사가 말해주는 '자본시장' 이야기

김도형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2017.03.06 09:08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2016년 12월 21일 금융감독원 증권선물위원회에서는 일반투자자 甲이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범하였다는 이유로 과징금 3940만원을 부과했다. 이는 2015년 7월 자본시장법상 '시장질서 교란행위'가 금지된 이후 첫 번째 적발 사례였다. 
甲은 상장회사 A사의 유상증자 참여자인 乙의 부친 丁으로부터 A사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정 정보를 듣고 동 정보가 불특정 다수인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기 전에 8만 5000주를 8955만원에 매수하였다가 정보가 공개된 뒤 매도함으로써 3940만원의 이득을 얻었다. A사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정 정보는 유상증자 참여자인 乙 → 丙(乙의 모친) → 丁(乙의 부친) → 甲의 순서로 전해졌다. 丁이 甲에게 자신의 아들 乙이 상장법인 인수에 참여한다고 자랑삼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甲이 위와 같은 정보를 알게 되었다.

몇 다리 건너 들은 정보 이용해도 처벌대상?

자본시장법에는 주식거래와 관련한 다양한 불공정거래행위를 금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한 경우 징역형이나 고액의 벌금형 등 강한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불공정거래행위의 대표적인 예는 '미공개정보 이용행위'와 '시세조종(주가조작)'으로, 이들은 자본시장법 전신인 증권거래법에서도 금하고 있었다. 2009년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미공개정보 이용행위나 시세조종행위만을 규제하는 것만으로는 다양한 수단과 방법으로 행해지는 증권거래상의 불공정거래행위들을 규율하는데 미흡하다는 판단 하에 좀 더 포괄적인 형태의 '부정거래행위 금지규정'이 도입되었다.

2015년에는 이에 나아가 기존 불공정거래 규제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새로운 거래유형에 대한 유연한 대처를 위해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금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징역 또는 벌금 등 형사적 제재를 부과하는 다른 불공정거래행위들과는 달리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해서는 과징금 부과라는 행정적 제재를 도입하였다. 

형사적 제재 대신 행정적 제재를 택한 이유는 '시장질서 교란행위'가 다른 불공정거래행위보다는 상대적으로 위법성의 정도가 약하기도 하거니와, 형사적 제재가 가해지면 불복할 가능성이 높고 불복하는 경우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형사재판이 이루어져야 하는 반면 행정적 제재를 진행하면 불복을 하는 빈도가 줄어들어 조기에 시장질서를 확립할 수 있다는 목적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시장질서 교란행위'가 도입되면서 과거와 결정적으로 달라진 부분이 이 사건과 같이 2차 또는 3차 정보수령자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2015년 '시장질서 교란행위'가 자본시장법에 도입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공개정보 이용으로 인한 처벌 대상자는 내부자, 준내부자, 1차 정보수령자에 한정되었다. 

이 사건을 예로 든다면 준내부자인 乙이나 1차 정보수령자인 丙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하여 부당이득을 얻었다면 처벌이 가능하나, 2차 정보수령자인 丁 또는 3차 정보수령자인 甲의 경우에는 처벌이 불가능하였다. 하지만, 2015년 '시장질서 교란행위'가 도입되면서 丁과 甲에 대해서도 과징금 부과가 가능해진 것이다. 다만 이 사건에서 丁은 甲에게 자랑만 하였을 뿐 주식을 매매한 사실이 없고, 미공개정보 제공의 고의도 없었기 때문에 별도의 과징금 부과처분은 받지 않았다.

이 외에 '시장질서 교란행위'가 도입되면서 처벌이 가능해진 또 다른 유형으로는 컴퓨터 프로그램 입력오류 등으로 대량매매 주문이 체결되어 시세 급변이 초래되도록 하거나 시세조종의 목적 없이 "특정 회사가 대규모 수주에 성공했다"는 등의 허위 풍문을 유보하는 경우 등과 같은 시세관여형 교란행위이다. 

'시장질서 교란행위' 도입 전 시세조종행위에 대한 처벌은 과다한 허수호가 제출, 가장매매, 풍문을 퍼뜨리는 행위 등 시세조종으로 의심될만한 행위를 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들 행위가 매매를 유인하거나 타인이 거래상황을 오인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는 등의 목적이 필요하였다. 하지만 '시장질서 교란행위'는 이러한 목적성 요건을 배제하여 행위 자체만으로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게 되었다.

‘시장질서 교란행위’ 처벌이 얼마나 많아질지는 아직 미지수

이번에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관한 규정이 도입된 지 약 1년 6개월 만에 첫 과징금 부과 사례가 나왔으나, 그 과징금 액수는 약 4000만 원 정도에 불과하여 크게 여론의 주목을 받지는 못하였던 것 같다. 앞으로 금융당국이 얼마나 많은 케이스의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적발하고 과징금을 부과하게 될 것인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차 또는 3차 정보수령자로 의심되니 조사받으러 나오라고 한다며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들이 늘어난 것에 비추어 보면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한 감시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친한 친구가 내부자로부터 얻은 최고급 정보라며 주식 매수를 권할 때 "넌 나의 진정한 친구야"라며 빚내서 투자할 것이 아니라, 이것이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확인해 보는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기이다.

법무법인(유한) 바른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도형 변호사는 한국증권법학회 이사, 금융보험법연구회 간사 등 금융·증권·자본시장 분야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겸임교수(금융법실무)를 맡고 있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 외부 필진의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