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현지확인 빌미로 실시한 세무再조사 위법"

'현지확인' 절차 거쳤대도 "실질상 세무조사라면 재조사 금지해야"

황국상 기자 2017.03.28 12:00
대법원 청사
과세당국이 '현지확인'을 통해 탈세혐의를 잡고 실시한 세무조사는 관련법령이 금지하는 '재조사'에 해당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현지확인' 절차에 따른 조사라더라도 그 실질이 같은 세목이나 같은 과세기간에 대한 세무조사였다면 이를 재조사가 금지되는 세무조사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옥 관련 제품을 판매해 온 A씨가 춘천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가가치세 및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A씨의 패소취지의 원심을 28일 파기하고 원심법원인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춘천세무서는 A씨가 현금매출을 누락시키는 등 방법으로 세금을 탈루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2008년 말 A씨 업체에 대한 현지확인에 나섰다. 춘천세무서는 현지확인 후 탈세사실이 확인되면 그 즉시 세무조사로 전환하기로 하는 계획을 세우고 A씨 업체를 방문했다.

국세청의 조사사무처리규정에 따르면 '현지확인'이란 세무조사를 통하지 않고 단순 사실확인만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 일회성 확인업무 등을 위해 납세자 등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반면 '세무조사'는 각 세법과 조세범처벌법, 조세범처벌절차법에 따른 일련의 심도있는 조사행위를 이르는 용어다.

춘천세무서는 1차 조사를 통해 A씨가 다른 사람 명의의 계좌로 옥제품 판매대금을 송금받는 등 방법으로 부가가치세에 관한 매출을 누락시켰다고 보고 2009년 초에 추가적인 세무조사(2차 조사)를 실시해 2억여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1차조사 후 실시된 2차조사는 국세기본법이 금지하는 '재조사'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국세기본법 제81조의4조(세무조사권 남용금지) 조항은 △조세탈루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 △거래상대방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경우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재조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원심은 A씨업체에 대한 춘천세무서의 1차조사는 단순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현지확인'에 불과하고 2차조사야말로 국세기본법이 재조사 금지대상으로 삼은 최초의 '세무조사'로 봐야 한다는 이유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같은 세목 및 과세기간에 대한 거듭된 세무조사는 납세자의 영업의 자유나 법적 안정성 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세무조사권의 남용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조세공평의 원칙에 현저히 반하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조사가) 금지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세무공무원의 조사행위가 실질적으로 납세자 등으로 하여금 질문에 대답하고 검사를 받도록 해서 납세자의 영업의 자유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현지확인’ 절차에 따른 것이라도 (실질상) 재조사가 금지되는 ‘세무조사’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원심판단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이어 "세무공무원의 조사행위가 납세자 등이 자발적으로 제출한 자료의 수령 납세자의 영업의 자유에 큰 영향이 없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재조사가 금지되는 ‘세무조사’로 보기 어렵다"면서도 "납세자 등의 사무실․사업장․공장 또는 주소지 등에서 납세자 등을 직접 접촉해 상당한 시일에 걸쳐 질문하거나 일정한 기간 동안의 장부․서류․물건 등을 검사․조사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조사가 금지되는 ‘세무조사’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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