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회장 "朴, 독대 후 봉투 건네…터무니없고 상식 밖"

김종훈 기자 2017.03.28 11:53
황창규 KT 회장이 28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비선실세' 최순실씨(61)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24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해 2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봉투 두 개를 건네받았다고 증언했다. 이 봉투엔 더블루K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에서 작성한 사업제안서가 들어있었는데 황 회장은 모두 '수준 이하'였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2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순실씨(61)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지난해 2월18일 박 전 대통령과 독대했을 당시의 상황을 상세히 증언했다.

황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은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주로 듣는 입장이었다"며 "'혁신이 일어나면 대한민국 산업 전체가 바뀐다', 'KT가 선두에 서 달라' 등 이야기는 중간중간 했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황 회장이 독대를 마치고 일어나려 하자 박 전 대통령은 그에게 봉투 두 개를 건네면서 검토해보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황 회장은 독대 후 내용물을 확인하지 않은 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받았다고 설명하면서 비서실장에게 검토 지시를 내렸다.

황 회장은 나중에 직원의 보고를 받고 내용물이 더블루K의 연구용역 제안서와 영재센터의 'KT스키 창단계획서'였음을 알았다고 진술했다. 황 회장은 "(독대 다음날) 안 전 수석이 전화를 걸어서 대통령과 이야기한 내용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며 "안 전 수석이 대통령이 건넨 봉투에 대해 잘 검토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KT 실무진은 영재센터가 스키단 규모에 비해 운영경비를 너무 높게 잡았고, 더블루K가 용역대금을 과다하게 요구해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 황 회장은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상식 밖의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이미 내부 결론이 났음에도 바로 거절 의사를 표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검토가 끝나고 2개월 뒤에서야 더블루K의 용역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안 전 수석에게 알렸다. 영재센터의 KT스키단 창단계획서에 대해선 아직 검토가 진행 중인 것처럼 안 전 수석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검찰이 이같이 처신한 이유를 묻자 황 회장은 "용역제안서는 너무나 터무니없는 내용이고 모든 것이 수준 이하였다"며 "대통령이 검토하라고 요청했는데 스키단 창단 제안서까지 거절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농단 사건이 나온 뒤 스키단 창단은 KT가 원했던 대로 없던 일이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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