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영장 결과에 대기업 운명 판가름…긴장·안도 공존

양성희 기자 2017.03.29 15:31
서울중앙지검 청사 현관/사진=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여부에 따라 SK·롯데·CJ그룹의 운명이 좌우될 전망이다. 검찰은 이들 세 기업을 일단 '피해자'로 봤지만, 박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할 경우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29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SK 등도 뇌물공여자가 되는지는) 박 전 대통령 기소 단계 때 정리가 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검찰은 지난 27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에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낸 이들 대기업을 '강요에 못 이긴 피해자'로 규정했다. 다만 수사가 완결된 삼성에 대해서는 특검의 판단을 받아들여 뇌물죄도 함께 적용했다.

이후 수사 상황에 따라 SK·롯데·CJ 등 다른 대기업 임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과 마찬가지로 뇌물공여 피의자로 입건될 수 있다. 수사가 덜 된 사정을 고려해 현 단계에서 성급하게 처리하지 않은 것뿐이란 해석도 나온다.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수사가 종결된 게 아니고 영장을 청구한 단계니까 (추가 피의자 입건 가능성에 대해) 현시점에서 뭐라 말하기 어렵다"며 "계속 수사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들 세 기업의 운명은 늦어도 4월 중순쯤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할 경우 적어도 20일 내 재판에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구속에 실패하더라도 대선 시계를 고려해 4월 초·중순에는 기소 절차를 밟아야 한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하면 SK·롯데·CJ에 대한 수사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수사 동력이 생기고 얼마간의 시간이 보장될 경우 뇌물죄를 구성하기 위한 '대가관계' 입증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현안 해결을 기대하고 재단 출연에 나선 정황은 드러난 상태다.

두 재단에 SK는 111억원, 롯데는 45억원, CJ는 13억원을 각각 냈다. 이 중 SK와 롯데는 추가 출연을 요구받았고 롯데는 75억원 중 70억을 더 냈다가 압수수색 직전 돌려받았다.

SK와 CJ는 '오너 사면', 롯데는 '면세점 사업권'을 기대하고 재단 출연에 나섰다는 의심을 받는다. 실제로 수감 중이던 최태원 SK 회장은 2015년 8월, 이재현 CJ 회장은 이듬해 8월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다. 롯데는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각 기업의 오너 중 조사를 받고 돌아간 건 최 회장뿐이다. 검찰이 계획대로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하게 되면 다음 소환 대상자는 신동빈 롯데 회장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CJ도 이후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박 전 대통령을 불구속 기소하게 될 경우 이들 대기업 수사도 사실상 종료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보강 수사 동력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선 정국에 미칠 영향을 감안하면 대기업 수사를 전방위적으로 벌이기 어렵다.

결국 대기업의 운명이 박 전 대통령과 궤를 같이하게 됨에 따라 재계는 구속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언제 또 (고위 임원을) 부를지 몰라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은 채 검찰 수사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영장과 공소장이 크게 달라지겠느냐"며 "이제는 좀 안도해도 되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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