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립해 있는 부처별 분쟁조정위원회, 해법은?

[김승열의 금융IP]

김승열 변호사(대한중재인협회 수석부협회장) 2017.04.03 14:39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효율적인 분쟁해결을 지원하는 사회지원인프라가 과거의 정부기능의 일부에서 벗어나 이제는 하나의 산업으로 부각하고 있다. 지난해 '중재산업진흥법'이 제정돼 올해 6월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가는 점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온갖 사회분쟁 해결역할을 단순히 법원에 맡겨서는 그 기능·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왜냐하면 분쟁형태가 너무나 복잡지면서 분쟁을 해결하고자 하는 사법소비자의 수요도 너무나도 다양해졌고 더 이상 과거의 독점적이고 관료적인 법원에만 이를 맡겨서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각 부처별로 각종 분쟁조정위원회라는 대체적 분쟁해결절차가 광범위하게 도입됐으나 그 역할과 기능상 많은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정부부처 산하의 각종 위원회들이 대외홍보수단의 하나로 전락해 운영의 실효성이 확보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표적 사례가 2006년에 설립된 스포츠 중재기구다. 이 기구는 2009년까지 단 한 건의 사건만 계류되는 등 실적이 너무 저조하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반면 최근 유명 수영선수의 도핑사건의 경우 국내에서 마땅한 분쟁조정기구를 찾지 못해 해외의 분쟁조정기구까지 가서야 해결책을 찾는 등 문제도 나타났다. 

이에 문체부 등 정부차원에서 스포츠 분쟁해결기구의 재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나, 그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관련제도를 정비하고 정책당국자의 인식이 개선되는 등 준비가 사전적으로 필요하다.

그럼 각 정부부처에 설치된 각종 분쟁조정위원회는 어떠한 장점과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장점은 전문성이 담보되는 데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예를 들어 의료분쟁조정위원회는 감정 등에 있어서 그 비용이 아주 저렴하여 적은 비용으로 신속하게 의료과실부분에 대한 전무가의 감정의견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평가된다. 

나아가 법원 등에 소송절차로 이관될 경우에 법원판결까지도 예측할 수 있어 불필요한 소송절차를 줄일 수 있는 소송경제에 기여하는 면이 아주 높다. 언론중재, 건설분쟁조정, 환경분쟁조정 등 각종 위원회들도 전문성, 절차의 신속성, 경제성 등등에 있어서는 그 존재가치가 높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판정의 구속력이 없고 당사자의 동의를 다시 받아야 하므로 불리한 판정을 받은 입장에서 이를 동의하지 않을 경우 그간의 모든 절차가 사실상 무의미해져 다시 법원으로 가서 다퉈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소멸시효가 도과되는 등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점도 불편한 부분이다. 

이같은 문제들로 인해 정부부처 산하의 위원회를 이용하기 꺼리는 일이 많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민사조정법을 개정해 법원에서의 조정절차 뿐 아니라 그 외의 모든 조정절차에서 시효중단의 효과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조정위원회의 판정에도 중재와 같은 구속력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법원 등에서는 국민의 재판청구권의 위반가능성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나, 당사자의 동의 등을 거쳐 판정의 구속력을 인정한다면 달리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차제에 과도할 정도로 산만하게 분산돼 있는 분쟁조정기구를 통합 조정·관리하고 나아가 이들 조정인 및 중재인들에 대한 자질함양 및 이해관계 충돌 등 직무윤리를 확보하기 위한 범정부차원의 국가기구의 설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좀더 민간주도 하에 이러한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예를 들어 민간자율기구인 대한중재인협회 등에서 구심점이 돼 각종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합관리하고 나아가 이들 조정인 및 중재인들에 대한 자질함양 및 직무윤리교육 등을 담당하도록 중재법을 조정 및 중재법으로 확대개정할 필요가 있다.


1961년생인 김승열 변호사(Richard Sung Youl Kim, Esq.)는 서울대 법과대학을 마치고 사법연수원 14기를 수료했다. 카이스트 지식재산대학원 겸직교수로서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 대한변협 소속 지식재산연수원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지식재산금융과 법제도'라는 저서를 발간하는 등 학구파로서의 면모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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