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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판례氏] '폐암사망' 지하철 역무원…산재 될까?

지하철 공사로 석면 노출 多…"업무상 재해"

장윤정(변호사) 기자 2017.04.08 09:54

근로자 측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에 따른 업무상 재해로 인한 피해 보상을 신청할 경우, 공단은 내부 검토에 따라 이를 승인하기도 하고, 불승인하기도 한다.

 

이러한 근로복지공단의 승인 또는 불승인 행위는 법적으로 '처분(處分)'에 해당하며, 행정청에 해당하는 공단의 처분행위에 대해 불만을 가진 근로자 측은 법원에 행정소송의 형태로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사람의 사망을 두고, 그의 유족들이 "업무로 인해 질병을 얻어 사망에 이르렀으니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상을 해달라"고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했다 거절당하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까지 갔던 사례(2005두517)가 있어 소개한다.

 

A씨는 20년 가까이 지하철 역무원으로 근무하며, 역 안에서 승차권을 판매하거나 부정승차를 단속하고, 열차 사고를 예방하는 등의 업무를 해왔다.

 

그러던 중 A씨는 병원에서 폐암 진단을 받게 됐다. A씨의 병명은 폐암 중에서도 비소세포 폐암의 일종인 선암이었다. 선암은 비교적 흡연보다는 외부 오염 물질이 원인이 되는 비율이 높다고 알려진 폐암의 한 종류다.

 

폐암 진단을 받고 2년 후, A씨는 43세의 나이로 결국 사망했다.

 

A씨가 사망하자 A씨의 유족인 B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로 사망에 따른 요양급여를 지급해달라고 청구했지만 승인되지 않았다. 이에 B씨는 법원에 "근로복지공단이 요양급여를 승인해주지 않는다고 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A씨의 사망과 A씨가 지하철 역무원으로 근무했던 당시의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지하철 역무원으로 근무하면서 폐암에 걸렸고, 그로 인해 사망했음을 인정하는 취지다.

 

먼저 재판부는 산재보험법에서 말하는 '업무상 재해'의 개념에 대해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로 인해 발생한 재해"라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라고 볼 수 있기 위해서는 '업무'와 '재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며,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해서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법원에 따르면 이런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입증된 것으로 봐야한다.

 

이런 전제에서 사실관계를 살펴본 재판부는 "A씨가 지하철 역사에서 근무하던 시기 중 1년 간 해당 역에서는 통로 공사와 매표소 이전 공사 등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서 역사의 천장과 바닥, 벽체가 일부 해체됐을 뿐 아니라, 환기실의 일부가 철거됐다"면서 "이로 인해 상당량의 석면이 공기 중에 흩뿌려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A씨가 근무했던 역은 우리나라에 석면의 유해성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1980년부터 1983년 사이에 준공됐다 보니, 2000년대 초반 역사 내 석면 등 유해물질 실태 조사를 벌였던 당시 환기실 등의 90% 이상이 석면이었음이 확인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미세 물질인 석면은 한 번 노출되면 그 후에 다시 노출되는 일이 없더라도 장기간의 잠복기를 거쳐 폐암이나 석면폐, 중피종 등 각종 치명적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생전에 약 20년 간 하루 평균 2/3갑의 담배를 피웠고, 이것이 A씨의 폐암 원인이 됐을 수 있다는 피고 근로복지공단 측의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 사망의 원인이 됐던 질병인 선암은 폐암의 일종이지만, 비교적 흡연과 관련성이 적은 질병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A씨가 해당 역사에 근무할 당시, 공사 현장에서 석면에 노출된 정도와 석면의 유해성, 그리고 폐암과의 연관성 등을 종합할 때 그곳에서 노출된 석면이 폐암 발병의 원인이 됐거나 병이 악화된 이유가 됐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 결과 법원은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재해로 사망했음이 인정되는 A씨의 유족에게 산재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봐, 이를 거절한 공단의 처분을 취소했다.

 

 

◇ 판례 팁 =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에서 근로자 측이 업무와의 연관성을 입증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근로자는 보상을 받기 위해 여러 사정들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따라서 산업재해의 입증책임은 여전히 근로자가 부담한다는 점을 명심해 사고발생시 증거나 증인확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다만, 위 판례에서 법원이 언급한 것처럼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입증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을 인지해 자료를 수집하면 된다.

 

 

◇ 관련 조항

-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ㆍ질병ㆍ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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