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수입부품 국산화했더니 증여세 10억 내라?

황국상 기자 2017.04.18 05:00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자회사를 통한 10여년간의 R&D(연구개발) 끝에 100% 해외수입에 의존하던 핵심부품을 국산화시켜 사용하다 ‘일감 몰아주기’로 몰려 증여세 부과처분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해당 기업인은 관련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 조항의 위헌여부를 다투고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문 의료기기 제조사 A사의 최대주주 C씨는 상증세법의 ‘증여의제’ 규정이 너무 포괄적으로 과세범위를 정하고 있어 기업의 기술개발 의욕을 꺾는다며 위헌법률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헌법재판소에 제청해 달라고 서울고법에 신청했다. C씨 측은 서울고법이 주장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별도의 헌법소원 심판을 신청해서라도 부당성 여부를 다툰다는 방침이다.

해당 의료기기 부문에서는 국내시장 점유율 1위이자 세계시장 점유율 순위에서도 상위권에 랭크돼 있는 A사는 계열사 B사를 통해 핵심부품을 조달받고 있었다. 해당 부품은 이전까지만 해도 해외업체가 독점적으로 생산해왔는데 B사가 개발한 신제품으로 수입을 대체할 수 있게 됐다. 가격도 외국산에 비해 절반 수준이지만 품질은 외국산과 대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당부품의 공급을 계기로 B사의 연간매출 중 A사에 대한 매출이 30%를 넘어서게 됐다. 이에 과세당국은 A,B사의 지배주주인 C씨에 10억여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물렸다. A사가 B사에게서만 해당부품을 사들이게 하는 행위는 ‘일감 몰아주기’로 사실상 증여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에서는 B사만 해당부품을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는데다 B사의 부품이 외국산에 비해 값이 덜 나가면서도 품질은 대등한 부품한데 과세당국은 이같은 행위를 ‘증여’라고 봤다.

C씨는 과세처분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현행법 규정상 ‘일감 몰아주기’ 행위를 증여로 간주해 과세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상증세법 제45조의3조를 비롯한 법령은 계열사가 지배회사에 물품을 제공해 거둔 매출이 전체 매출의 30%를 넘을 경우 그 초과된 부분을 증여이익으로 간주해 과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관련 조항은 일감 몰아주기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2011년말 신설됐다. 대개 일감 몰아주기란 기업의 총수나 그 자녀들이 출자·설립한 법인에 특수관계법인들이 일감을 몰아줌으로써 단기간 부를 축적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세금 부담 없는 편법적인 부의 이전이나 세습을 목적으로 이뤄지곤 한다.

A,B사가 해당규정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A사가 종전처럼 비싼 돈을 주고 외국산 부품을 사오거나 B사가 판매다각화를 통해 A사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30% 이하로 줄여야 한다. 하지만 장비의 특수성과 소수업체가 시장을 과점하는 업계의 특성상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법무법인 화우가 1심에서 패소한 C씨를 2심에서부터 대리하고 있다. 정종화 변호사는 “특수관계사가 고유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계열사간 거래가 불가피한 경우에까지 일감몰아주기 증여의제 조항에 의해 징벌적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당초 제도의 취지와 무관하다”며 “기업의 사적자치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국내기업들의 제품국산화 노력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명의신탁 증여의제조항의 경우 조세회피 목적이 없는 경우에 대해 과세예외사유로 규정하고 있다”며 “일감몰아주기 증여의제 조항에도 구체적 사정을 고려해 계열사간 거래라도 정당한 이유가 있거나 조세회피 목적과 무관한 경우에는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있도록 예외규정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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