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부당압력' 의혹 일부인정, 조직적 압박의혹은 부인

황국상 기자 2017.04.18 15:08
대법원 청사


사법부 개혁 등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 발표를 축소하기 위해 대법원이 부당한 압박을 가했다는 의혹 중 일부가 사실로 확인됐다. 다만 법원행정처 차원의 조직적 압박이나 견제는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법관에 대한 부당압력 의혹을 조사한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는 18일 최종보고서를 통해 △공동학술대회에 대한 부당견제 의혹 △법관의 전문분야 연구회 중복가입 제한 관련 의혹 △대법원 지시에 불복한 법관에 대한 부당인사 의혹 등에 대해 법원행정처의 일부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법원행정처 차원의 조직적인 부당한 견제나 압박의혹 △사법부 내 블랙리스트 존재의혹 등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지난달 사법부 내 최대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는 모 대학과 공동으로 사법독립과 법관 인사제도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이 과정에서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이 이 행사를 축소토록 지시했고 이 지시를 받은 판사가 불복하자 인사상 불이익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달 말 이후 3주 남짓한 기간 의혹과 관련한 법관들을 서면·대면조사 방식으로 조사하고 조사대상자들이 지목하는 자료들을 관계부서나 관계자로부터 제출받아 검토하는 등 활동을 벌여왔다.

위원회는 학술대회에 대한 부당한 견제의혹과 관련해 "연구회가 주최하는 공동학술대회와 관련해 차장이 주재하는 실장회의, 처장이 주재하는 주례회의에서 조치가 필요함을 보고하고 연구회 관계자들에 대해 여러 방법을 동원해 학술대회 연기, 축소압박을 가한 것은 적정 수준과 방법의 정도를 넘어서는 부당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회의에서 논의된 학술대회 관련 대책 중 일부가 실행된 이상 법원행정처도 그에 대한 책임을 면키 어렵다"고 밝혔다.

전문분야 연구회 중복가입 제한조치에 대해서도 "비록 기존 예규에 따른 집행이지만 그 시기와 방법, 근거, 내용, 시행과정 등에서 시급성과 필요성,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국제인권법연구회나 공동학술대회에 대한 제재로 볼 만한 의심스러운 정황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복가입 제한은) 법원행정처가 예규집행이라는 명목으로 인권법연구회 또는 공동학술대회를 견제하기 위해 부당한 압박을 가한 제재 조치"라며 "사법행정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진상조사위원회는 학술대회 축소지시 등에 반발한 법관에 대해 인사보복이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해당 법관의 겸임해제 발령이 본인의 강력한 요구로 이뤄졌으므로 부당한 지시거부에 대한 제재 조치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해당 법관의 사직의사 표시와 겸임해제 발령 등을 은폐하려 했다거나 타기관으로 전보시키려고 했다는 등 의혹들은 모두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법관의 사직의사 표시에는 (학술대회 등과 관련한) 부적절한 요구들이 주원인이 됐고 법원행정처가 공동학술대회를 우려해 대응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초래된 것"이라며 "법원행정처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법원행정처가 인권법 연구회 소모임 등에 대해 부당한 견제를 가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법원행정처가 인권법연구회 소모임 활동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고 주목했으나 해당 활동의 부작용 등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는 정도에 그쳤다"며 "그 외 인사, 예산 등 기타부문에서 연구회와 소모임에 대한 불이익을 준 사례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블랙리스트 존재의혹에 대해서도 "법원행정처의 공동학술대회 대책문건 등을 제외하고 전체 판사들의 동향을 조사한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가 존재할 가능성을 추단케 하는 다른 어떤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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