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친절한판례氏] 7년간 성관계 없던 부부…이혼 책임은?

大法 "부부 간 성관계는 혼인의 본질적 요소"

장윤정(변호사) 기자 2017.04.26 00:07

임종철 디자이너

부부가 이혼에 협의하지 못해 한 쪽이 다른 쪽을 상대로 법원에 이혼을 청구하는 '재판상 이혼'의 경우, 이혼을 위해 민법에서 규정하는 일정한 사유가 있어야 청구가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한편, 이혼을 쉽게 인정해주지 않는 우리 법원이 민법 제840조 제6호에서 규정하는 재판상 이혼 사유를 인정한 판례(2010므1140) 하나를 소개한다.

 

A씨(남)와 B씨(여)는 혼인신고를 하고, 그 무렵 신혼여행을 다녀온 부부였다. 결혼 후 두 달 만에 A씨의 학업을 위해 함께 미국으로 출국해 유학 생활을 하던 이들 부부는 혼인기간 동안 한 차례도 성관계를 하지 않았다. 이런 생활이 7년 이상 이어지면서 불화를 겪던 이들은 결국 별거를 시작하게 됐다.

 

이후 A씨는 자신의 부모에게 그동안 B씨와 성관계를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렸고, 이 일로 인해 B씨는 시댁 식구들로부터 완벽히 외면당했다.

 

한편, A씨는 비뇨기과 전문의로부터 성기능 검사를 받아 '상세불명의 경미한 성기능장애' 진단을 받은 바 있다.

 

A씨는 "아내 B씨가 혼인기간 내내 정당한 설명 없이 성관계를 거부해 한 번도 성관계를 해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B씨를 상대로 민법 제840조 제6호에 따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를 원인으로 한 이혼 청구를 했다.

 

이에 대해 B씨는 "남편 A씨와 몇 차례 성관계 시도를 한 적이 있었지만, 직접적 성교에 이르지 못했던 것"이라며 "신혼 초 성관계 시도에 실패한 A씨가 이후 B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관계를 의도적으로 회피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와 B씨 부부 사이에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먼저 A씨가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며 근거로 든 민법 규정에 대해 재판부는 "민법 제840조 제6호에 정한 이혼사유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 함은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를 판단함에 있어 재판부는 "혼인계속의사의 유무, 파탄의 원인에 관한 당사자의 책임 유무, 혼인생활의 기간, 자녀의 유무, 당사자의 연령, 이혼 후의 생활보장, 기타 혼인관계의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이런 여러 사정들을 고려할 때, 부부의 혼인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고 인정된다면 그 파탄의 원인에 대한 원고(이혼을 청구한 측)의 책임이 피고(이혼 청구를 당한 측)의 책임보다 더 무겁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이혼청구는 인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A씨의 사례에서 재판부는 "부부 중에 성기능의 장애가 있거나 부부간의 성적인 접촉이 부존재하더라도 부부가 합심하여 전문적인 치료와 조력을 받으면 정상적인 성생활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정은 일시적이거나 단기간에 그치는 것이므로 그 정도의 성적 결함만으로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정도를 넘어 정당한 이유 없이 성교를 거부하거나 성적 기능의 불완전으로 정상적인 성생활이 불가능한 경우 또는 그 밖의 사정으로 부부 상호간의 성적 욕구의 정상적인 충족을 저해하는 사실이 존재하고 있다면, 부부간의 성관계는 혼인의 본질적인 요소임을 감안할 때 이것을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법원은 A씨에게 성기능 장애가 있었더라도 이는 경미한 정도였기 때문에 전문적인 치료와 조력을 받으면 정상적인 성생활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임에도 A씨와 B씨 모두 7년이라는 긴 결혼 생활 동안 한 차례도 성관계를 가지지 못한 채 불화를 겪고, 결국 별거에까지 이르게 됐다면, 이들 사이 부부공동생활관계는 이미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들 부부는 쌍방 모두 상호간 성적 욕구의 정상적 충족을 위한 노력에 게을렀고, 이들의 정상적 성생활 부재 원인에 아내 B씨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볼 여지도 있다는 취지다.

 

결국 대법원은 남편 A씨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여 줬고, 이들 부부는 이혼을 하게 됐다.

 

 

◇ 판례 팁 = 우리나라에서 부부가 이혼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부부 당사자 쌍방이 이혼에 협의해서 진행하는 '협의 이혼'과 배우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이혼을 청구하는 '재판상 이혼'이 있다.

 

재판상 이혼에 대해 우리 민법 제840조는 6가지 사유를 한정하고 있어, 이 6가지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는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민법에서 규정하는 6가지 재판상 이혼 사유로는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 △배우자가 악의로 상대방을 유기, △배우자나 배우자의 직계존속의 심히 부당한 대우, △자기의 직계존속에 대한 배우자의 심히 부당한 대우,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불명,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다.

 

이 중 위 판례 사안에서 A씨가 B씨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한 사유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인 바, 6가지 재판상 이혼 사유 가운데 가장 추상적이고 불분명해 법원의 해석을 요하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한편, 위 판례와 같은 재판상 이혼 사유가 문제된 사안에서 우리 대법원은 '배우자의 불임'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 관련 조항

- 민법

제840조(재판상 이혼원인) 부부의 일방은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6.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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