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친절한판례氏] 부동산 '알박기'로 40배 이익…부당이득죄?

大法 "15년도 안 돼 40배 이익 남겨 팔았어도 범죄성립요건에 부합해야 부당이득"

장윤정(변호사) 기자 2017.05.02 10:19

2015년 4월 10일 중국 광시 좡족 자치구 난닝시 새로난 도로위 한가운데에 주택 한 채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 집 소유주는 시당국과의 철거 보상에 혼자만 합의를 보지 못했다. /사진=로이터

개발 예정지 땅 일부를 미리 사들인 뒤 개발 사업자에게 고가로 팔아 이익을 남기는 부동산 투기 수법을 일컬어 속칭 '알박기'라고 한다.

 

한편, 우리 형법 제349조 제1항은 다른 사람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해 현저히 부당한 이익을 취득한 사람을 처벌하는 부당이득죄를 규정하고 있다. 자신이 매수한 자기 땅으로 이익을 남기는 일이 헌법상의 재산권 보장 측면에서도 당연히 허용되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의 궁박 상태를 이용해 얻은 이익이라면 부당이득죄에 해당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부동산 알박기가 개발 사업자의 궁박 상태를 이용해 이익을 남긴 것에 해당돼 부당이득죄에 해당되는지를 판단한 판례가 있다.

 

1991년 4월 A씨는 X부동산을 매수해 5년간 그 땅 위에 거주하다 인근으로 이사했다. 이사한 이후에도 그는 계속해서 X부동산을 소유하고, 관리했다.

 

그러다 2005년 1월 B회사가 X부동산 부지를 포함한 인근 사업부지에 아파트 건축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B회사는 A씨 소유 X토지를 비롤해 몇 건의 부동산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고, 그러다보니 주택건설 사업계획승인신청이 지연돼 월 6억원 정도의 금융비용도 발생됐다.

 

A씨는 X부동산을 팔아달라는 B회사의 계속된 제안에도 줄곧 거부하다 결국 인근 다른 토지들에 비해 40배가 넘는 가격에야 B회사에 땅을 팔았다.

 

검찰은 A씨가 아파트 건축사업 추진 사업부지 중 일부 토지를 사들인 뒤 이를 40배 넘는 가격에야 되판 것이 부당이득에 해당된다며, 형법상 부당이득죄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주택건축사업이 추진되기 오래 전부터 X부동산을 소유해오다가 B회사의 부동산 매도 제안에 거부했고, 이후 이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이득을 취하게 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A씨가 부당한 이익을 취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형법상 부당이득죄에서 말하는 '궁박'의 의미에 대해 재판부는 '급박한 곤궁'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현저히 부당한 이익의 취득'은 단순히 시가와 이익과의 배율로만 판단할 것이 아니며, 구체적·개별적 사안에 있어 일반인의 사회통념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가 궁박한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 및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히 부당한 불균형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거래당사자의 신분과 상호 간의 관계, △피해자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의 정도, △계약의 체결을 둘러싼 협상과정 및 거래를 통한 피해자의 이익, △피해자가 그 거래를 통해 추구하고자 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다른 적절한 대안의 존재 여부, △피고인에게 피해자와 거래하여야 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는지 여부 등 여러 상황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특히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자유시장경제질서와 여기에서 파생되는 사적 계약자유의 원칙을 고려하여 그 범죄의 성립을 인정함에 있어서는 신중을 요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A씨 소유 X부동산과 같이 개발사업 등이 추진되는 사업부지 중 일부의 매매와 관련된 이른바 '알박기' 사건에서 부당이득죄의 성립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에도 법원은 위와 같은 여러 상황을 종합해 구체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재판부는 "A씨에게 범죄의 성립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가 피해자에 대항되는 B회사의 개발사업 등이 추진되는 상황을 미리 알고 그 사업부지 내의 부동산을 매수한 경우이거나 피해자에게 협조할 듯한 태도를 취해 사업을 추진하도록 한 후에 협조를 거부하는 경우 등과 같이 B회사가가 궁박한 상태에 빠지게 된 데에 A씨가 적극적으로 원인을 제공했거나 상당한 책임을 부담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고, A씨가 단지 개발사업 등이 추진되기 오래 전부터 사업부지 내의 부동산을 소유해오다 이를 매도하라는 B회사의 제안을 거부했고, 이후 제안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큰 이득을 취하게 됐다는 사정만으로 함부로 부당이득죄의 성립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A씨가 40배 이상의 이익을 취한 것에 부당이득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 판례 팁 = 위 판례에서 대법원은 개발사업의 부지 일부의 매매와 관련된 이른바 '알박기' 사건에서 부당이득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을 설명했다. 알박기로 이익이 생겼다고 해서 무조선 부당이득은 아니라는 것을 위 판례의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 관련 조항

- 형법

제349조(부당이득)

① 사람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여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을 취득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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