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부과할 때나 돌려줄 때나 '같은 기준' 적용해야"

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정재웅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2017.06.07 11:01

A회사는 매출을 일부 누락했다는 이유로 국세청으로부터 법인세 부과처분을 받았다. 이와 함께 누락된 매출액이 A회사의 대표이사인 X에게 귀속됐다며 X의 소득을 증액해 상여로 처분한다는 내용의 소득금액변동통지를 받았다. A회사는 우선 법인세와 X의 원천징수 종합소득세액을 모두 납부하고 소송을 냈다. 

A회사는 매출을 누락한 적이 없다며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서 이겨 법인세 부과처분이 취소되면 대표이사 X에 대한 소득금액변동통지처분도 당연히 같이 취소될 것으로 생각해 소득금액변동통지처분에 대해서는 별도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법원은 심리결과 매출을 누락한 적이 없다는 A회사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 법인세 부과처분을 모두 취소하라는 내용으로 조정권고를 했다. A회사와 국세청 모두 조정에 동의해 국세청은 부과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하고, A회사에 법인세액을 전액 환급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소득금액변동통지처분은 법인세 부과처분과는 별개라면서 취소하지 않고, 종합소득세액을 환급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A회사는 경정청구를 통해 소득금액변동통지처분의 취소를 시도할 수 있지만,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며 "법원의 조정권고결정은 판결과 효력이 다르다. 조정권고결정문 자체에 소득금액변동통지처분 취소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면 법인세 부과처분이 취소됐어도 소득금액변동통지처분 취소는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법인세 부과처분과 소득금액변동통지처분이 형식상 별개의 처분이고, 법원의 조정권고결정에는 판결과는 달리 기판력이라는 효력이 없는 점, 세입예산의 안정적 조달업무를 담당하는 국세청으로서는 법과 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과세행정을 수행해야 된다는 점 등에 비춰 이같은 국세청 입장에 수긍되는 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사례에서 국세청이 소득금액변동통지처분의 취소를 불허하는 것은 세금을 부과할 때는 실질과세 원칙에 의존하면서 세금을 돌려줄 때는 이를 외면하는 것으로 보인다. A회사에 대한 소득금액변동통지처분은 A회사가 매출을 누락했다는 사실을 전제로 '누락된 매출액이 대표이사 X에게 귀속됐다'는 이유로 내려진 것이다. 법원 심리를 통해 A회사가 매출을 누락한 사실이 없음이 밝혀졌고 국세청도 이를 인정했으니, X가 소득을 더 가져갔다는 사실 역시 인정될 수 없다. 

X에게 귀속된 소득이 없는데도 소득금액변동통지처분이 유효하다고 보는 것은 경제적 실질이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실질과세 원칙의 반대해석상 경제적 실질이 없는 경우에는 이미 행해진 과세처분이라 하더라도 최대한 취소돼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세금을 부과할 때는 실질과세를 외치고, 세금을 돌려줄 때는 실질을 외면하는 과세행정은 수긍하기 어렵다. 세금을 부과할 때나 돌려줄 때나 같은 기준이 적용되는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과세행정을 기대해 본다. 

법무법인(유) 화우의 정재웅 변호사는 조세 관련 쟁송과 자문이 주요 업무 분야다. 그 동안 법인세, 부가가치세, 소득세, 상속증여세, 관세 등 전 세목에 걸쳐 다수의 조세쟁송과 자문사건을 수행했다. 강남세무서, 서대문세무서 등에서 외부위원으로 활동했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 외부 필진의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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