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아빠가 저 몰래 아이를 외국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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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변호사(서울시복지재단 사회복지공익법센터) 2017.05.12 06:27

#A녀와 B남은 결혼 후 브라질에서 함께 살면서 귀여운 아이도 낳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부부는 성격차로 관계가 멀어졌고, A녀가 브라질에서 아이를 혼자 키우기로 했다. B남은 한국에 귀국해 살면서 브라질로 출장갈 때 아이를 1달에 1회 정도 만났다. 그러던 중 B남은 아이가 만 6살이 될 무렵 A녀의 의사도 묻지 않은 채 아이를 한국에 데려 왔다.

들어보셨나요?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 이행에 관한 법률'이라는 것이 있다. 변호사도 잘 모르는 법률이다. 이 법률은 우리나라가 2012년 12월에 '국제적 아동탈취의 민사적 측면에 관한 협약(이하 '협약')'에 가입하면서 위 협약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만든 법률이다. 
협약은 부모 중 일방이 다른 쪽의 동의 없이 아동을 위법하게 국외로 데려간 경우 아동의 보호와 신속한 반환을 지원하려고 1980년에 만들어졌다. 세계적으로 국제결혼이 증가하면서 배우자에 의한 아동의 해외 무단이동이 주요 선진국 사이에서 아동인권 문제로 대두됐다. 이에 아동을 신속하게 반환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현재 100개 가까운 나라들이 가입한 상황이고, 미국,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몬테네그로, 러시아, 멕시코, 페루, 스위스, 호주 등이 가입하였다. 

협약의 핵심은 아동을 신속하게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이다. 국적이 다른 부부가 이혼을 하거나 별거를 할 때 서로 협의 없이 한 쪽이 자녀를 데리고 모국으로 떠나버리는 경우 무엇보다도 아동의 소재 파악에 오랜 시간이 걸려 애를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협약에서는 가입국에 아동의 소재파악에 협조하는 중앙부처를 지정토록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법무부가 담당 주무부서이다.

"배우자가 외국으로 데려간 내 아이 찾아주세요"…법무부 지원 받아 찾을 수 있어

협약은 아동이 16세 미만이면서, 아동이 원래 양육되던 국가와 탈취 후 유치돼 있는 국가가 모두 협약에 가입한 경우에 한해 적용된다. 만일 자신이 키우던 아이를 다른 배우자가 일방적으로 데려갔을 경우, 해당국에 아동반환을 청구하기 전에 담당 중앙부처에 '헤이그 아동탈취 사건'임을 밝혀 아이의 소재 파악을 요청하면, 신속한 반환에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에서 키우던 아이가 해외로 탈취된 경우 우리나라의 법무부에 신청하면 아동 소재국 중앙당국으로의 신청서 전달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협약에 근거해 아동을 반환하라는 첫 번째 판결은 2016년 2월에 있었다. 일본에 사는 아내가 "일방적으로 한국에 데려간 아이들을 보내달라"며 한국에 있는 남편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서울가정법원은 아내의 청구를 받아들였고, 이후에도 유사한 판결이 계속 선고되고 있다.

국제결혼 증가…새롭게 발생하는 아동 관련 사건들

우리나라에서도 다문화 가정이 증가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3년 3월 한국 남성과 결혼한 뒤 가정에 불화가 생기자 13개월 된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가버려 국외이송약취죄 등으로 기소된 베트남 여성 사건이 법원 사상 처음으로 생중계됐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폭행, 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곧바로 형법상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러한 분쟁들 속에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아동의 인권을 가장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독립된 생명체다. 따라서 아이를 둘러싼 양육권 분쟁과정에서 아이가 정서적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국에 있는 아빠와 브라질에 있는 엄마, 그 사이의 아이는 너무 슬프다.

이상훈 변호사는 서울시복지재단 내에 있는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재벌개혁을 하려고 시민단체 활동을 시작한 후, 노동사회, 언론개혁, 정보공개, 탈핵, 사법개혁, 사회책임투자, 소액주주, 과거사 등 남부럽지 않은 여러 시민운동을 경험하였고, 현재는 복지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 외부 필진의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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