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친절한판례氏] 친구와 술 취해 무단횡단 사망사고…누구 책임?

술에 취했다고 무조건 심신상실 또는 미약 상태 인정되는 것은 아냐

장윤정(변호사) 기자 2017.05.22 16:53

술에 취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고로 인해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술이 무조건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친구와 술을 마시고 무단횡단을 해 집으로 돌아가려다 친구를 차에 치어 숨지게 만든 혐의로 대법원까지 간 A씨의 사례(2002도2800)에서도 법원은 주취 상태와 범죄 성립은 무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함께 술을 마신 A씨와 B씨는 편도 2차선 도로를 무단횡단하기 위해 도로 중앙선에 서 있었다. 술기운에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고개를 숙이고 서 있던 B씨는 지나가는 차량이 있는지를 확인도 하지 않고 팔을 잡아끄는 A씨에 이끌려 도로를 횡단했다.

 

그러다 B씨는 때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승용차와 충돌하는 교통사고를 당하게 됐고,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검찰은 A씨를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자신 역시 술에 취해 있던 상황이라 차가 오는지를 확인할만한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B씨가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할 것이라는 점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자신에게는 결과 발생에 대한 예견가능성을 필요로 하는 과실치사죄가 성립되지 않아 무죄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그간 과실치사와 관련해 "과실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하는 사람이 일단 의식적으로 행위했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인식하지 못한 결과가 발생됐을 때는 우선 그 행위와 결과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하는 것"이라며 "행위 한 사람이 그러한 결과발생을 당연히 인식하고,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정상의 주의의무를 태만히 해 결과발생을 인식, 예견하지 못하였다는 점이 과실범을 처벌하는 이유"라고 설명(90도2106)해왔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교통사고 발생이라는 결과발생을 당연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A씨는 중앙선에 서서 도로횡단을 멈춘 B씨의 팔을 갑자기 잡아끌어 도로를 횡단하게 만든 사람"이라며 "무단횡단을 하게 되면 도중에 지나가던 차량에 충격당해 B씨가 사망하는 교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런 경우 A씨는 B씨의 안전을 위해 차량의 통행 여부나 횡단이 가능한 상황인지를 확인했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비록 사고 당시 A씨 역시 술에 취해 있었더라도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의 상태로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그것은 책임이 조각되거나 감경될 사유이지 범죄 성립 자체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아니다"면서 "또 술에 취했더라도 A씨에게 B씨의 사고를 막을 주의의무가 없는 것이 되지는 않으며, 차량이 오는지를 확인해 무단횡단을 했어야 했다는 기대가능성 역시 그대로 인정된다"고 봤다.

 

그 결과 법원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B씨를 사망하게 만든 A씨에게 교통사고와 그로인한 B씨 사망에 대한 책임이 있어, 그 과실책임으로써 과실치사죄가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 판례 팁 = 과실치사죄는 크게 일반 과실치사죄(형법 제267조)와 업무상 과실치사죄(형법 제26조) 2가지 종류로 나뉜다. 일반 과실치사죄의 경우의 법정형은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인데 반해, 업무상 과실치사죄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업무자'라는 신분과 업무 중에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많은 주의를 요한다는 점에서 업무상인 경우 처벌을 더 강하게 하는 것이다.

 

위 사례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업무 중이던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니므로, 일반 과실치사죄가 적용됐다.

 

 

 

◇ 관련 조항

- 형법

제266조(과실치상)

① 과실로 인하여 사람의 신체를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② 제1항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제267조(과실치사)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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