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동성애 처벌법'···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의 선택은?

군형법 92조의6에 김이수 재판관 위헌 의견, 국회도 개정안 발의…성소수자 기대감↑

이태성 기자 2017.05.29 14:42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25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제4조 1항 등 위헌소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 2017.5.2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동성간 성행위를 처벌하는 군형법 92조의6의 폐지에 대한 성소수자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던 김이수 헌법재판관이 차기 헌재소장으로 지명됐고, 국회에서도 이를 폐지하는 내용의 군형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다. 동성간 성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토록 한 이 법이 55여년만에 폐지될지 주목된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군형법 92조의6은 "군인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하면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962년 제정된 이 법은 여타의 추행죄가 강제성이 있어야 처벌하는 것과 달리 합의에 의한 성관계도 모두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유일의 동성애 처벌법'으로도 불린다.
'동성애 처벌은 명백한 차별'이라는 의견과 '군대 내 군기확립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 법 제정 이후부터 계속 대립해왔다. 당연히 헌재에도 이를 판단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이 법률을 폐지해야 한다는 측에선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신체의 자유 침해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헌재는 군 부대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2002년, 2011년, 2016년 3차례에 걸쳐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다만 이 합헌 결정 때마다 반대의견을 내는 재판관들의 숫자는 늘어났다. 2002년에는 2명, 2011년 3명, 2016년에는 4명의 재판관이 해당 법률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냈다. 재판관 중 2명만 더 위헌 의견을 내면 해당 법이 폐지되는 상황이다.

특히 성소수자들이 이번 정권에 해당 법률안 폐지를 기대하는 것은 차기 헌재소장으로 지명된 김 재판관이 해당 법에 대해 위헌 의견을 낸 것과도 연관이 있다. 

김 재판관은 지난해 이진성, 강일원, 조용호 재판관과 함께 군형법 92조의6에 대한 위헌심판 사건에서 "범죄구성요건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형법이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강제력에 의해 개인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과, 강제성 없이 선량한 풍속을 침해하는 '음란한 행위'를 엄격히 구분하고 있는데 이 법은 그런 구분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김 재판관은 "이 법은 자발적 합의에 의한 음란행위와 강제성이 강한 폭행·협박에 의한 추행을 동일한 형벌조항에서 동등하게 처벌하도록 해 형벌체계상 용인될 수 없는 모순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추행의 정도에 대해 불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어 동성간 성행위의 정도에 상관없이 모두 처벌이 가능한 점 △남성간의 추행만을 대상으로 하는지, 아니면 여성간의 추행이나 이성간의 추행도 그 대상으로 하는지 모호한 점도 위헌 사유로 들었다.

아울러 "이 법을 정한 이유가 '부대 내에서 동성간 집단숙박이 이뤄지고 엄격한 상명하복관계에 있어 상관의 지시를 사실상 거역하기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다면, ‘동성 군인간 군영 내에서 이루어진 음란한 행위’로 처벌이 한정돼야 하지만 행위의 시간, 장소에 관해 아무런 규정이 없다"고 했다. 

현재 헌재에는 군형법 92조의6에 대한 위헌심판 사건이 또 하나 계류돼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김 재판관이 헌재소장으로 임명되고 문재인 대통령이 차기 재판관에 개혁 성향의 법조인을 임명할 경우, 해당 법률이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수십년간 논란이 있었던 법률이고 성소수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상황을 헌재에서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의 한가람 변호사는 "평범한 성소수자 군인들을 가슴 졸이게 하는 이 법은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분단국가의 현실을 무시하긴 어렵고, 문 대통령이 동성애 관련 이슈에서 크게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춰 급격한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군 기강 확립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할 경우 쉬운 문제가 아니다"라며 "과거 3차례 합헌 결정이 났던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련법률을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군형법 개정안도 국회의원 10명을 겨우 모았다고 알고 있다"며 "국회에서 이 법이 통과되는 것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