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경쟁행위와 영업비밀에 대한 오해와 진실

[김승열의 금융IP] 김승열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변호사/대한중재인협회 수석부협회장

김승열 변호사(대한중재인협회 수석부협회장) 2017.05.31 13:55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지식재산 분야에서 최근 떠오르는 키워드는 특허, 저작권. 디자인, 상표 등이다. 그러나 실무에선 의외로 부정경쟁방지법상의 부정경쟁행위나 영업비밀이 이에 못지 않게 많이 활용되고 실제로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부정경쟁방지법(부경법)이 이와 같이 중요함에도 일반인에게는 그 중요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부경법에 규정하고 있는 부정경쟁행위나 영업비밀에 대한 개념도 여전히 생소하다. 주의해야 할 점은 부정경쟁행위나 영업비밀 등 개념의 법률상 정의가 일반인들의 상식과 차이가 다소 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부정경쟁행위라는 표현은 공정거래법에서 많이 사용된다. 즉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로서 완전경쟁을 촉진하는 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 엄격하게 제한돼 왔다. 

그러나 부경법상의 부정경쟁행위는 공정거래법상의 부정경쟁행위와는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출발한다. 부경법상의 부정경쟁행위는 개별 지식재산법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미등록상표, 상호, 표지, 용기 등이 일정 요건 하에서 소비자의 혼선 등을 초래하는 등 부정경쟁적인 침해행위를 규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저작권법 상으로는 규제목적상 아이디어와 표현이라는 두 가지 개념을 설정해 단순히 추상적인 아이디어는 보호대상이 아니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표현'으로 분류되는 경우에 한해, 그 중에서도 인간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창작물에 한해 이를 보호하고 있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아이디어와 표현을 구분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는 점이다. 통상적이고 일반적인 해석론으로는 다소 애매하고 추상적인 부분은 아이디어라고 보고 좀 더 자세하고 구체적인 부분은 표현이라고 일응 구분하고는 있다. 그렇지만 구체적인 사안에서 이를 구별하는 것은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엄청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표현에 이르러지는 못하였으나 구체적인 아이디어로서 상당한 투자와 노력에 의해 산출된 성과물에 대해서는 일반 상식적인 차원의 법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당연히 이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일정한 조건 하에 구체적인 아이디어 등을 보호하는 법제도가 바로 부경법이다. 부경법은 지식재산분야에서 중요하고 나아가 앞으로도 더욱 더 비중있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부경법상의 소위 '차목', 즉 일반보호조항은 큰 현실적인 의미를 가진다. 물론 이 조항을 광범위하게 적용하는 경향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러나 일반보호조항이 지식재산분야에서 상당히 의미있고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엄청난 투자비용을 지출해 상품진열, 전시장의 배치 등을 다른 사업자와 차별화함으로써 소비자의 관심과 구매의욕을 높인 인테리어 등을 경쟁회사에서 임의로  복제하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미국에서는 즉 영업의 옷 즉 '트레이드 드레스'라는 법적 개념이 있다. 이의 성과물인 인테리어는 트레이드 드레스로서 상표법 또는 상표법과 유사한 법으로 보호를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부합하는 명확한 법적 개념이 없어서 이를 보호하는 데에 적용할 수 있는 적정한 법률규정이 없었다. 

그러나 부경법 개정을 통해 일반보호조항이 추가됐고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보호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다. 왜냐하면 해당 일반보호조항에 의해 상당한 투자비용을 지출해 이뤄진 성과물을 다른 업자가 정당한 권원없이 이를 모방해 자신의 영업에 사용하는 행위는 부정경쟁행위가 된다는 포괄조항을 뒀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보자.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의 온라인 게임은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해외에서도 널리 인기가 높다. 이와 관련해 온라인 게임에서의 저작권 등 지식재산보호가 초미의 관심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실제 온라인 게임시장에서는 스토리 등을 모방해 유사한 게임을 만들어 출시할 경우 스토리 등에 있어서 상당한 유사성이 있어도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침해를 인정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아이디어와 표현의 구분에 있다. 즉 일반적인 스토리나 게임규칙 등에 대해서는 법원에서 이를 표현이 아닌 아이디어로 보고 비록 유사성이 있다고 하더라고 저작권 위반으로 판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를 창작한 게임업자는 과연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을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 역시 부경범상의 일반보호조항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상당한 투자비용을 지출해 만든 새로운 게임규칙 등을 경쟁자가 부당하게 이를 모방하고 자신의 영업에 사용하는 행위는 여전히 아이디어 침해행위로 판단된다. 이를 저작권 법위반으로 주장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부경법상의 일반보호조항에 따른 부정경쟁행위라고 주장하는 것은 가능하고 이에 따른 법적보호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법원에서는 이 일반보호조항을 광범위하게 활용해 저작권법 등 개별 지식재산 관련법에서 소위 사각지대에 있는 부정경쟁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는 우리나라와 같이 명시적으로 일반보호조항을 두고 있으나, 미국 등의 경우는 이러한 일반 조항이 없고 불법행위 등 기존의 일반 민사법리로 이러한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최근에 중국에서도 사각지대를 효율적인 규제를 위해 부경법을 재정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경법상 영업비밀의 경우는 상식적인 차원의 개념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어느 회사의 한 직원은 채용될 당시 '고객리스트 등은 영업비밀'이라 명시한 비밀준수약정서에 서명을 하고 상당기간 근무를 했다. 

그간 이러한 자료는 그 직원의 컴퓨터에 저장이 돼 있었고 달리 암호화돼 있지 않은 데다 해당정보로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보안장치도 없었다. 누구나 쉽게 해당 정보로 접근을 할 수 있는 상태였다. 그 직원은 자신이 CD등에 저장한 고객리스트를 가지고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해 이를 무단사용했다. 그렇다면 이사안에서 영업비밀침해행위로 볼수 있는지가 관건인데 이 경우에 법원은 놀랍게도 영업비밀 침해행위가 아니라고 판시했다. 

왜냐하면 회사가 영업비밀의 경우에 그 비밀성을 유지하기 위해 합리적인 조치를 다해야 하는데 회사가 이를 게을리했으므로 이는 부경법상 영업비밀로 보기는 어렵고 나아가 회사에서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법원에서 달리 이를 보호할 필요는 없다는 논리다. 

물론 일반적으로 고객리스트 등은 영업비밀이라고 이해하고 있고 또한 모든 교과서 등에도 이와 같이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부경법상 영업비밀에 대한 정의 규정에 의하면 비밀성을 유지하기 위한 합리적인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가 법 적용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부경법상의 영업비밀의 법률의 명시적인 정의 개념을 좀더 정확하게 이해하지 아니하면 의외의 낭패를 볼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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