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TV 출연자가 추천한 종목, 덜컥 샀다가 그만…

13년차 금융전문 변호사가 말해주는 '자본시장' 이야기

김도형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2017.06.05 04:01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증권전문가가 방송에 출연해 유망 종목을 추천한다고 이를 무작정 믿고 '묻지마 투자'를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최근 대법원은 케이블 TV에 출연해 자신이 미리 사둔 주식을 추천, 이 방송을 본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수하면서 주가가 오르자 자신의 주식을 팔아치워 차익을 챙긴 애널리스트에게 징역 8월의 실형 및 1억 900만 원의 추징금을 선고한 2심 판결을 유지하는 판결을 내렸다(대법원 2014도6910 판결).

투자자문업자 등의 스캘핑(Scalping) 행위에 엄중한 경고


대법원은 투자자문업자, 증권분석가, 언론매체 종사자, 투자 관련 웹사이트 운영자 등(투자자문업자 등)의 스캘핑 행위에 대해 엄중한 입장을 견지했는데, 대법원의 판시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투자 전문가가 특정 증권을 장기투자로 추천하기 직전에 스스로 그 증권을 매수한 다음, 자신이 관여하는 TV나 인터넷 홈페이지 등 각종 채널을 통해 그 종목을 추천하고 이후 증권의 시장가격이 상승할 때 즉시 차익을 남기고 매도하는 이른바 스캘핑(Scalping) 행위를 하는 경우, 그 정보가 명백하게 거짓인 정보라면 이는 정상적인 자본의 흐름을 왜곡시켜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해치게 된다. 

또 증권 자체에 관한 정보가 거짓은 아니어서 자본의 흐름을 왜곡시키는 것은 아니더라도 스캘핑 행위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스캘핑 행위가 용인되면 자본시장이 공정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신뢰가 깨지고 시장 내의 적정한 다른 투자 관련 정보들이 한꺼번에 평가 절하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것이 시장에 만연하게 되면 양질의 정보를 생산하려는 사람들의 의욕이 꺾이고 각고의 노력 끝에 생산된 정보도 믿지 못하는 혼탁한 상황에 이르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특정 증권을 추천하기 직전에 그 증권을 매수한 투자자문업자 등은 정보를 제공하면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자신의 사익을 추구하게 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이해관계를 알리지 않고 추천하면 이를 받아들이는 상대방은 사익과 관계없이 객관적인 이유에서 그 증권을 추천한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이같은 이유로 투자자문업자 등이 추천하는 증권을 자신이 선행 매수하여 보유하고 있고 추천 후에 이를 매도할 수도 있다는 그 증권에 관한 자신의 이해관계를 표시하지 않은 채 그 증권의 매수를 추천하는 행위는 자본시장법상의 부정거래행위에 해당하며 위와 같은 행위를 한 경우 실형을 내리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 판결 적용범위는 어디까지?

대법원 판결이 투자자문업자 등으로 하여금 자기 계산으로 하는 투자를 원천적으로 금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전업투자자 등도 있기 때문에 이들이 자문을 제공한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자금으로 주식 등을 매수 · 매도하는 것을 막을 수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 다만 이 사건과 같이 다른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그로 인한 영향력이 있음을 이용하여 자신의 사익을 챙기는 것은 결국 다른 사람에게 경제적 피해를 주고 시장질서를 흐리게 하기 때문에 이를 벌하고자 하는 것이다. 

만일 투자자문업자 등이 자신의 추천하는 주식을 추천하기 얼마 전에 매수하였다가 상당기간 보유하고 있다가 그 주식이 적정주가를 넘어서서 과대평가되고 있다거나 추천 당시에는 없었던 새로운 악재 등이 발생함으로 인하여 개인적인 투자판단 하에 주식을 매도하였다면 어떤 판단을 받게 될 것인가? 이 경우 물론 구체적인 사실관계 또는 담당자의 판단에 따라 어느 정도 결론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위와 같은 경우까지 이번 대법원 판결과 동일한 판단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번 대법원 사건에서는, 해당 애널리스트가 방송 직후 또는 적어도 방송일로부터 수일이내에 선행매수물량을 매도하거나, 혹은 낮은 목표수익 수준으로 방송 중에 미리 예상 상승가격으로 제출해 둔 매도 주문에 따라 방송 중 또는 방송 직후 계약이 체결되도록 하는 등의 명백히 부정거래행위로 의심되는 행위들을 하였으므로 위 가정적인 상황과는 명백히 차이가 있었다.

투자자문업자 등의 영향력 커질수록 신중한 투자판단이 필요

증권전문 케이블채널에는 하루에도 수많은 증권투자 전문가들이 각종 분석정보를 내세우면서 종목을 추천하고 있다. 그래도 이와 같은 증권전문 케이블채널만 하더라도 나름대로 검증된 전문가들이 최상의 노력을 기울여서 최대한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내놓고 있으며 이번 사건이 다소 예외적인 사례라고 보여진다. 

하지만, 유튜브 등을 통해 자칭 투자고수라고 나름의 분석내용을 올리는 사람들은 진짜 고수가 맞는지 그들의 분석내용은 믿을 수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문제는 이와 같은 1인 방송의 영향력은 점점 증대되고 있으며,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상승장세로 인하여 이들 투자자문업자 등의 영향력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앞선 대법원 판결 등을 시장에 널리 알림으로써 투자자문업자 등이 섣부른 시도를 하지 못하도록 경고를 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투자자들 또한 투자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중국 시장에서 '왕홍'의 영향력이 엄청나며 우리나라에서도 파워블로거가 추천하는 맛집이나 여행지 등을 찾아가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다. 하지만 투자는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한 맛집이나 하루를 즐겁게 보내기 위한 여행지가 아님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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