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일반

[친절한판례氏] 옥외집회 신고해놓고 건물 1층서 집회하면 불법?

신고범위 벗어난 집회를 연 것으로 볼 수 없어 위법 아냐…다만 옥내집회라 하더라도 해산명령 불응은 안 돼

송민경(변호사)기자 2017.06.07 15:43


건물 밖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한 후 건물 안에서 집회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처벌할 수는 없지만, 경찰의 이유있는 자진해산명령에 따르지 않았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다.

2009년 10월 A씨는 B건물 앞 인도와 그 부근에서 옥외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했다. 이들은 2009년 8월 전면 파업에 돌입한 후 관련된 여러 기관 건물 앞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들은 막상 신고했던 옥외집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A씨 등 노조 조합원들은 개별적으로 또는 소규모로 모여 있다가 B건물로 들어가 1층 로비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후 3차까지 이뤄진 경찰의 해산명령에도 집회 참가자들은 해산하지 않았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선 해당 집회가 신고한 목적, 일시, 장소, 방법 등을 뚜렷하게 벗어나는 경우 처벌하게 돼 있다. 또 해산 명령에 불응한 행위도 처벌 대상이다. 결국 A씨는 집시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은 집시법 위반으로 기소된 A씨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다시 판단하라며 돌려 보냈다. (2011도2327 판결)

대법원은 “신고된 옥외집회와 현실로 개최된 옥내집회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그 옥내집회는 사전신고를 요하지 않은 별개의 집회이므로 신고된 옥외집회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을 이유로 해산을 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사건에서 A씨 등 집회참여자들은 B건물 밖 인근에 집회를 개최하지 않고 모여 있다가 B건물 1층에서 집회를 했다. 그렇다면 이 두 집회는 아예 별개의 집회이고 옥내집회는 신고 규정이 없기 때문에 신고한 옥외집회의 범위를 벗어난 집회를 열었다는 이유로 처벌할 순 없단 얘기다.


대법원은 실제로 개최된 집회가 신고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주최자가 신고한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내용과 현실로 개최된 집회의 실제 상황을 구체적으로 비교할 때 전체적으로 동일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두 집회를 별개로 봤다.


그러나 해산명령에 불응한 혐의에 대해 대법원은 유죄 취지로 “옥내 집회에 대해서는 사전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산을 명할 수 없지만 다른 중요한 법익의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는 그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옥내집회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해산명령의 대상이 될 수 있단 얘기다. 이런 이유로 대법원은 A씨가 경찰의 자진해산명령에 대해 불응한 행위에 대해 무죄 판결한 원심을 깨고 다시 판결하라는 취지로 돌려보냈다.  


◇판결 팁=대법원은 A씨가 옥외집회를 신고 후 옥내집회를 연 것에 대해 두 집회는 동일성이 유지되지 않는다고 봤다. 즉 A씨가 신고범위를 벗어난 집회를 열었다는 이유로 처벌받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다만 A씨가 주최한 옥내집회는 장시간 해당 건물 1층에서 이뤄져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등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줬다. 이런 경우 해당 옥내집회는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수 있어 해산 명령의 대상이 되고 이에 불응하면 집시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관련조항

제16조(주최자의 준수 사항)

④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총포, 폭발물, 도검(刀劍), 철봉, 곤봉, 돌덩이 등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신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기구(器具)를 휴대하거나 사용하는 행위 또는 다른 사람에게 이를 휴대하게 하거나 사용하게 하는 행위
2.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
3. 신고한 목적, 일시, 장소, 방법 등의 범위를 뚜렷이 벗어나는 행위

제20조(집회 또는 시위의 해산)

①관할경찰관서장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는 상당한 시간 이내에 자진 해산할 것을 요청하고 이에 따르지 아니하면 해산을 명할 수 있다.

1. 제5조제1항, 제10조 본문 또는 제11조를 위반한 집회 또는 시위
2. 제6조제1항에 따른 신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제8조 또는 제12조에 따라 금지된 집회 또는 시위
3. 제8조제5항에 따른 제한, 제10조 단서 또는 제12조에 따른 조건을 위반하여 교통 소통 등 질서 유지에 직접적인 위험을 명백하게 초래한 집회 또는 시위
4. 제16조제3항에 따른 종결 선언을 한 집회 또는 시위
5. 제16조제4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 또는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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