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일반

[친절한판례氏] 다른 사람 이름으로 쓴 호소문, 사문서위조죄?

사문서위조죄 적용되는 '사실증명에 관한 문서'에 호소문·건의문도 해당

송민경(변호사)기자 2017.06.10 04:02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작성한 건의문이나 호소문에도 사문서위조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2004년 7월 ○○작가협회의 회원이었던 A씨는 B씨의 명의를 도용해 ‘한국○○작가협회 이사장에 당선된 C씨의 선거참모들이 자신들에 대해 선거결과에 따른 적절한 인사상의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이사장에게 불리한 모종의 행동에 나서겠다’는 취지의 건의문을 작성해 C씨에게 행사했다.

또 A씨는 역시 B씨의 명의를 도용해 ‘D씨를 교육원장에 임명한 것은 잘못이므로 교육원장 임명문제를 공론을 거쳐 재검토하도록 요구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호소문을 작성해 협회 회원 1700여 명에게 우편으로 보냈다.

이처럼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호소문이나 건의문을 작성해 다른 사람에게 보낸 경우 이에 대해 어떤 범죄가 적용될까. 이 사건의 호소문과 건의문을 사문서위조죄에서 말하는 사문서라고 볼 수 있을까.

대법원은 A씨에게 사문서위조죄를 적용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2008도8527 판결)

대법원은 A씨가 작성한 호소문과 건의문에 대해 “각 문서의 내용은 단순한 정치적 구호나 호소에 그친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적시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법적·행정적 책임을 묻겠다는 의사표시를 밝힌 것”이라며 “중요한 사실을 증명하는 사실증명에 관한 문서에 해당한다”고 봤다.

즉 건의문과 호소문은 중요한 사실을 증명하는 사실증명에 관한 문서에 해당하고, 이런 문서를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작성한 경우는 사문서위조죄를 적용할 수 있단 얘기다.

사문서위조죄에서 사문서는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문서 또는 도화를 가리킨다. 권리·의무에 관한 문서는 권리의무의 발생·변경·소멸에 관한 사항, 사실증명에 관한 문서는 권리·의무에 관한 문서 이외의 문서로 거래상 중요한 사실을 증명하는 문서를 의미한다.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문서의 제목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문서의 내용, 문서 작성자의 의도, 그 문서가 작성된 개관적인 상황, 문서에 적시된 사항과 그 행사가 예정된 상대방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판결 팁=사문서위조죄에서 말하는 사문서에는 건의문이나 호소문도 각 사건의 상황에 따라 포함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다.


◇관련 조항


형법

제231조(사문서등의 위조·변조)


행사할 목적으로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문서 또는 도화를 위조 또는 변조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34조(위조사문서등의 행사)


제231조 내지 제233조의 죄에 의하여 만들어진 문서, 도화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행사한 자는 그 각 죄에 정한 형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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