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일반

[친절한 판례氏] 이제는 사라진 '변호사 승소율 공개'

이태성 기자 2017.06.11 10:29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법률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어려운 게 변호사 선임 문제다. 좋은 변호사를 선임해야 법정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좋은 변호사를 찾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개인이 대형로펌을 찾아가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에서 이들은 사실상 인터넷 검색에 의존해 자신에게 맞는 변호사를 찾아야 한다.

10여년 전 변호사 시장에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타난 사이트가 있었다. 바로 '로마켓'이다. 이 사이트는 여러 경로를 통해 변호사의 출생지 등의 정보를 수집, 특정 법조인 간 경력 등이 일치하는 경우 일정점수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인맥지수를 산출했다. 

또 소송 3500만건을 분석해 승소율 등을 종합한 전문성지수를 산출, 인맥지수와 함께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했다. 변호사들의 승소율, 재판부와의 인맥 등을 소비자가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사이트는 그러나 변호사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침해당했다며 변호사 1900여명이 서비스를 중지해야 한다는 소송을 낸 것. 당시 관련 소송에 참여한 변호사들은 ‘일부승소’ 등이 정확하게 반영되지 않은 자의적이고 부실한 통계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승소율 공개 정도는 필요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우선 "동의 없이 타인이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경우 인격권과 표현행위로 보호받을 수 있는 이익을 비교해 판단해야 한다"며 "표현행위로 보호받는 이익이 더 크다면 인격권 침해라고 볼 수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변호사의 소송현황과 승소율 등 전문성지수는 소비자 입장에서 필요한 정보"라며 "변호사들의 공적인 존재로서의 지위 등을 고려할 때 전문성지수 공개는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소송현황, 승소율 등은 소비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정보라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인맥지수 등은 문제가 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변호사의 인맥지수 공개는 개인정보에 관한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인맥지수 공개는 재판, 수사 질서를 어지럽힐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법원의 이 같은 판결에도 불구하고 로마켓은 개인정보보호법, 변호사법 등 다른 법률 위반 소지가 불거져 결국 문을 닫았다. 이후 지금까지 변호사 승소율 등은 공개되고 있지 않다.

◇판결팁=변호사는 공적인 존재로, 소비자들에게 승소율, 전문분야 등은 공개할 수 있다. 다만 개인정보 등을 무작정 공개하는 것은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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