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예전엔 무섭기만 했는데 지금은···"

수원지검 안양지청, 2년째 '고교생 모의수사 경진대회' 개최···"검찰 이해 제고" 목적

황국상 기자 2017.06.13 21:01
13일 수원지검 안양지청에서 '제2회 고교생 모의수사 경진대회'가 열렸다. 경기도내 86개 고등학교에서 186개 팀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8개팀이 본선에 진출했다.

"피의자는 본인 땅을 사려던 이에게 '내가 아는 공무원이 세금을 깎아줄 수 있다'고 자랑한 적이 있네요. 또 피의자가 알고 지내던 그 공무원과 커피숍에서 만나기 직전 현금을 인출한 기록도 있어요. 그 공무원에게 뇌물로 주려고 돈을 뽑은 거죠?"

"그 돈은 딸 결혼자금으로 주려고 뽑은 거고요. 그 공무원은 친한 선배인 피의자에게 합법적인 양도소득세 절감 방법을 조언해줬을 뿐입니다. 왜 피의자가 불법적으로 세금을 깎아준 대가로 후배인 공무원에게 뇌물을 줬을 거라고 단정하십니까?"

13일 오후 수원지검 안양지청 대회의실. 뇌물 혐의를 입증하려는 검사와 혐의를 부인하는 피의자·변호인 사이에 날선 공방이 펼쳐졌다. 그런데 얼굴이 앳돼다. 검사와 피의자, 변호인 모두 사실은 고등학생들이다. 안양지청 주최로 열린 '제2회 고교생 모의수사 경진대회' 현장의 풍경이다. 

이날 본선에 참가한 고등학생들은 사기, 절도, 뇌물, 음주운전 등 주최 측이 제시한 다양한 상황에서 각각 수사팀·피의자팀으로 나눠 제한시간 내에 치열한 법리 대결을 펼쳤다.

지난해 11월 열린 제1회 대회는 안양지청 관할지역인 경기 안양·과천·의왕·군포 등 4개 도시의 11개 학교에서 30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올해는 참가가능 학교가 경기도내 고교로 확대됐고 참가팀도 86개 고등학교의 186개 팀으로 늘어났다. 안양지청에 재직 중인 현직 검사들이 본선진출 8개팀에 1명씩 멘토로 참가해 대회의 질을 높였다.

김영종 안양지청장은 "미래의 주축이 될 고교생들에게 검찰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법 소양을 키우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회를 개최했다"며 "검찰에겐 국민들에게 한 걸음 다가가 소통하는 계기가 되고, 학생들에겐 진로탐색의 좋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당초 김 지청장은 안양지청에 근무하는 검사·수사관의 수사능력을 제고하고 수사기법을 공유하기 위한 차원에서 지청 내에서 수사경연대회를 열었다. 대회를 통해 다른 검사의 수사기법을 공유하게 된 참가자들의 호응도 높았다는 평가다. 김 지청장은 지청직원 대회에 참가한 이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지난해 전국 최초로 '모의수사 경진대회'를 열었다.

김 지청장은 "모의재판대회는 많지만 모의수사 대회는 없었다"며 "토론, 협상과 마찬가지로 수사는 상대방 의견을 경청하는 가운데 상대방의 논리의 헛점을 추궁,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매우 역동적인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회 참가자들이 모의대회를 통해서나마 검찰수사 과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대회에 참가한 한 학생은 "예전엔 검찰, 검사, 수사관은 그냥 무섭기만 한 존재로 느껴졌는데 대회를 준비하면서 실체적 진실을 찾는다는 과정이 얼마나 어렵고 복잡한지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법 조항으로 해석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뉴스로는 잘 알 수 없었다"며 "검찰을 비롯한 법조계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날 열린 제2회 경진대회의 최고상인 대상은 남양주 판곡고 김도연·김소정 학생의 '우리다온' 팀에 돌아갔다. 최우수상은 조하늘·양혜원 학생(오산 세마고)의 '모의고사하루전' 팀에, 우수상은 김나영·임윤경 학생(성남 분당고)의 'SFT'팀과 김유빈·신수민 학생(용인백현고)의 '네메시스' 팀에 각각 수여됐다. 'LIKE'팀(이한빈·최보경, 안양백영고) 'SCSI'팀(강병수·김종진, 평택신한고) '양대산맥'팀(양주은·이준용, 화성향남고) '단원고어울림'팀(정다빈·김재은, 안산단원고) 등 4개 팀은 장려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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