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내 이름 많이 들어봤나?"···유진룡과 신경전

유진룡, 최순실에 "본인이 유명한 건 알죠?" 응수

한정수 기자, 김종훈 기자 2017.06.13 18:21
최순실씨 /사진=김창현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씨(61)가 자신과 박근혜 전 대통령(65)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1)과 미묘한 신경전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최씨는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진행된 공판에서 유 전 장관에게 "저 최서원 입니다. 저 아시나요"라고 물었다.

이에 유 전 장관이 "실물은 오늘 처음 본다"고 답하자 최씨는 다시 "이름은 많이 들어보셨냐"고 질문했다. 이에 유 전 장관은 황당하다는 듯 "본인이 유명한 것은 아시죠?"라고 되받았다.

최씨는 이날 증인 신문 과정에서 쟁점이 된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현 문체부 2차관)의 좌천성 인사 조치에 대해 유 전 장관에게 직접 질문을 던졌다. 

최씨는 2013년 4월 자신의 딸 정유라씨가 상주 승마대회에서 판정 문제로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청와대에 영향력을 행사해 승마계 파벌 등 문제에 대해 조사에 나서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노 전 국장 등은 최씨 측과 최씨를 반대하는 측 모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를 한 뒤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은 유 전 장관에게 "노 국장이 참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최씨는 "제가 보기에 체육은 여러 분야에 문제가 많고 좌·우파 분란이 심해서 승마협회에서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에 유 전 장관은 "체육 쪽 이야기를 하면서 좌·우파를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고 맞섰다.

최씨가 "이 파, 저 파를 표현한 것"이라고 하자 유 전 장관은 "승마도 그렇다"며 "그런데 '이 파'만 조사하라고 요구받았는데 우리는 '저 파'도 조사를 해서 문제가 된 것"이라고 답했다.

최씨는 또 "상주 승마대회 판정 이야기가 나오는데, 당시 대통령이 감사하라고 했는데 실질적으로 제대로 감사를 안한 것 같다"며 "제대로 감사해서 내용을 파악했느냐"고 물었다. 유 전 장관이 "그 부분은 우리 뿐 아니라 경찰도 수사한 사안"이라고 하자 최씨는 "그런데 누가 구속되거나 수사가 안 되지 않았나"라며 "계속 그 문제가 회자돼 제가 문제를 일으킨 것처럼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유 전 장관은 "몇 년 전 일을…"이라며 "피고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데 대해 공정하지 않았다고 말을 할 수가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두 사람의 미묘한 신경전은 계속 이어졌다. 최씨는 "나는 판정 시비를 한 적이 없다"며 "경찰에도 불려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 전 장관은 "저도 피고인이 판정 시비했다고 한번도 말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최씨는 이어 "그 문제가 불거져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대정부질문한 것을 아느냐"고 물었고 유 전 장관은 황당하다는 듯 즉답을 피한 채 "증인이 궁금해 하는 것 같은데 다음에 안 의원을 증인으로 불러서 한번 물어보면…"이라고 답했다. 최씨는 "그게 내 소망"이라며 "안 의원이 나오면 물어볼 것이 너무 많다"고 했다. 이에 유 전 장관이 "제가 혹시 안 의원을 만나면 꼭 전해드리겠다"고 답하며 신경전은 일단락됐다.

한편 최씨는 이날 재판 말미에 "재판에 참석하기 힘들다"며 "아직 결론이 난 것이 없는데 확정적으로 말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많은 의혹을 제기하니까 감당하기가 힘들다"고 재판부에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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