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적도벽도 '질병'…치료하면 고칠 수 있다"

[Law&Life-세상의 빈틈]②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

박보희 기자, 양성희 기자 2017.06.16 11:01

사진=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병적도벽도 질병이다. 절도에 중독된 거다. 하지만 분명히 치료가 가능하다. 처벌 뿐 아니라 치료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5일 머니투데이 'the L'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절도행위 중독에 대한 진단도구 개발 연구'란 논문에서 병적도벽을 가진 이들의 경우 스스로 통제가 불가능한 만큼 치료하지 않으면 재범의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논문에 따르면 병적도벽이 있는 이들은 절도 충동을 느낄 때마다 급격한 자율신경계의 각성이 동반된다. 절도 행위를 하기 직전 최고조에 달했다가 물건을 훔치고 나면 이완된다. 일반 절도범들이 돈이나 물건을 갖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다면 병적도벽이 있는 이들은 '긴장이 이완되는 감정'을 위해 물건을 훔친다. 이 감정을 얻기 위해 절도 행위를 계속하게 되고, 마약이나 알코올처럼 절도라는 행위에 중독된다. 물건을 훔치지 않으면 손이 떨리는 것처럼 금단 증상이 오기도 한다.

이 교수는 "현재 사법체계 안에선 병적도벽이라는 임상적 증세를 보이는 절도범의 대부분이 치료보다 처벌의 대상이 된다"며 "치료를 받지 못해 절도를 계속 반복하는 사람들은 결국 재활의 기회까지 잃게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도 '병적도벽'에 따른 절도가 범죄임을 부인하진 않았다. 그는 "병적도벽을 이유로 관대한 처벌을 하면 모든 절도범들이 병을 이유로 들어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도덕적 해이가 올 수 있다"며 "병적도벽 여부를 감별하는 지표에 따라 정확히 구분을 해 처벌은 엄중하게 하되 처벌 과정에서 치료명령을 추가로 명시하는 등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외국의 연구를 살펴 보면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재범을 억제하는 사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지행동치료는 생각을 변화시켜 행동을 바꾸는 심리치료 기법이다.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스트레스 상황이나 불안한 감정이 느껴지는 순간에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목표다.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행동을 하기 전 본인이 자신의 행동을 알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병적도벽의 원인 파악이 중요하다"며 "원인을 찾아 해결하면서 자신이 지금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물건을 훔쳤다가 걸리면 어떤 처벌을 받게되는지 등을 꾸준한 훈련을 통해 알게 하고, 본인이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의지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를 위해 교도소 내에서 심리치료가 이뤄질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교정기관 내 심리학자나 상담사들을 두고 지속적으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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