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the L 리포트] 文대통령 "10배 징벌적 손해배상"···위헌?

헌재소장 후보자 "10배는 과중할 수도"···"징벌적 손해배상 요건 분명히 해야"

황국상, 이상배 기자 2017.06.18 13:44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손해액의 최대 3배에서 10배 수준으로 강화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을 앞둔 4월10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직접 밝힌 공약이다. 단순한 엄포가 아니었다. 문 대통령이 최근 임명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3배보다 높일 필요가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10배 수준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의 '이중처벌'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10배 수준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정말 위헌일까?

◇'징벌적 배상법' 제정안

징벌적 손해배상이란 기업이 저지른 불법 때문에 피해를 입은 소비자나 협력업체가 기업에게 손해액 이상의 배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소비자와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막대한 배상 책임을 떠안은 기업은 경우에 따라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8개 법률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돼 있다. △하도급법 △대리점법 △가맹사업법 △제조물책임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 이용·보호법 △개인정보보호법 △기간제·단시간근로자 보호법 등이다. 이들 모두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최대 3배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추가로 대형마트·편의점 등을 규제하는 대규모유통업법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렇게 되면 대형마트나 편의점이 협력업체로부터 물건을 납품받을 때 부당한 요구를 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적용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징벌적 배상법' 제정안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의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헌재소장 후보자 "10배는 과중할 수도"

최대 10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 법조계에선 위헌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형사법에 따라 처벌된 사안으로 민사법에 의해 또 다시 징벌을 받는 사실상의 '이중처벌'이라는 점에서다. 대륙법 전통에 따라 형사법과 민사법을 엄격히 구분하는 우리나라의 법체계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본과 독일, 프랑스 등 다른 대륙법 체계 국가에선 이 같은 이유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한 법무법인의 대표 변호사는 "3배까지는 손해액이 실제보다 적게 산정됐거나 소송 등으로 부대 비용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보전하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며 "그러나 10배는 어떻게 봐도 사실상의 징벌로, 민사법이 아닌 형사법의 영역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미국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3배까지인 지금은 소송 비용 부담도 있어서 소송이 남발되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10배가 되면 사실상 '로또'를 노리고 무작정 소송에 나서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신중론을 편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김 후보자는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10배 수준의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과중하다고 볼 수도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요건 분명히 해야" 

반면 10배 수준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위헌적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이런 게 위헌이라면 공정거래법 조항 중 상당수가 위헌"이라며 "경제민주화를 위해 재산권을 일부 침해하는 것은 헌법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10배 수준까지 허용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법원은 존슨앤존슨의 베이비 파우더를 썼다가 난소암에 걸린 60대 여성에 대해 피해액을 62억원으로 인정하고, 존슨앤존슨에 그 10배인 62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한편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적용 요건을 엄격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규모유통업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된다면 상품부서의 구매 담당자가 협력업체를 상대로 조금만 목소리를 높여도 소송을 당해 엄청난 금액을 물어줘야 할 수 있다"며 "어떤 경우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적용되는지 정부가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