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일반

[친절한판례氏]만 8세 9개월 아이에게 소송서류 전달됐다면?

소송 서류를 당사자 대신 전달 받을 수 있을 만한 사람으로 만 8세 9개월 아이는 부적법

송민경(변호사)기자 2017.06.18 16:33



만 8세 9개월된 아이가 소송 서류를 받았다면 서류 주인인 ‘어른’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대법원은 부모 대신 이 아이에게 소송 서류를 대신 전달했다면 적법한 송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적법한 송달이 아니라 이 날짜를 기준으로 상고이유서를 제때 제출하지 못해 기각당한 경우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송달이란 소송을 하는 당사자에게 관련 서류를 보내 진행상황을 알려주는 것을 말한다. 본인에게 전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렇게 할 수 없을 때는 송달받을 사람의 동거인에게 서류를 전달할 수 있다.

민사소송법에는 이 송달을 기준으로 소송과 관련된 기간들이 설정돼 있다. ‘송달 받은 후 며칠 이내에 무엇을 하라’는 조항들이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상고이유서는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받은 후 20일 이내에 접수가 돼야 한다.

소송에서 기간을 계산할 때에는 ‘서류가 당사자에게 송달된 날짜’가 기준점이 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우편집배원은 만 8세 9개월 남짓의 어린이에게 송달을 해 문제가 됐다.

우편집배원은 2012년 2월15일 소송의 원고였던 모회사의 대표이사 A씨에게 상고기록접수통지서를 송달하기 위해 송달 장소에 갔다. 그러나 우편집배원은 그 곳에서 A씨를 만나지 못했다. 대신 함께 사는 아들에게 서류를 전달하고 송달증서에 서명을 받았다. 아들은 2003년 5월29일 생으로 당시 만 8세 9개월 남짓이었다.

원심은 이 송달일을 기준으로 ‘상고이유서가 제출기간 내에 제출되지 않았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A씨는 사안을 다시 판단해 달라며 재심을 청구했다. 과연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

대법원은 “연령, 교육정도, 상고기록접수통지서가 가지는 소송법적 의미와 중요성 등에 비춰볼 때 그 정도 연령의 어린이 대부분이 이를 송달받을 사람에게 전달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며 이 송달이 적법하지 않다고 보고 A씨의 재심 청구를 인정했다. (2012재다370 판결)

송달받을 사람의 동거인에게 송달할 서류가 주어지고, 그 동거인이 사리를 분별할 지능이 있는 이상 송달받을 사람이 그 서류의 내용을 실제로 알지 못한 경우에도 송달의 효력은 인정된다는 것이 원칙이다. 이 때 ‘사리를 분별할 지능이 있는지’에 대한 판단기준은 송달을 받는 사람이 그 취지를 이해하고 그가 받은 서류를 송달받을 사람에게 줄 것을 기대할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심은 이와 같은 능력이 없는 어린 아이에게 이뤄진 송달을 적법하다고 보고 그 수령일을 기준으로 사안을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판결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항에 관해 판단을 누락했다며 재심 사유를 인정했다.

◇판결 팁=원래 재판과 관련한 서류를 보내는 송달은 본인에게 해야 하지만 특정 조건 하에서 민사소송법 조항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때도 사리를 분별할 지능이 있는 사람에게 전달됐을 때 적법하게 송달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만 8세 9개월의 아이에게 서류를 전달한 것은 부적법하다.

◇관련 조항

민사소송법

제186조(보충송달·유치송달)

①근무장소 외의 송달할 장소에서 송달받을 사람을 만나지 못한 때에는 그 사무원, 피용자 또는 동거인으로서 사리를 분별할 지능이 있는 사람에게 서류를 교부할 수 있다.

②근무장소에서 송달받을 사람을 만나지 못한 때에는 제183조제2항의 다른 사람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나 피용자 그 밖의 종업원으로서 사리를 분별할 지능이 있는 사람이 서류의 수령을 거부하지 아니하면 그에게 서류를 교부할 수 있다.

③서류를 송달받을 사람 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서류를 넘겨받을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송달받기를 거부하는 때에는 송달할 장소에 서류를 놓아둘 수 있다.

제427조(상고이유서 제출) 상고장에 상고이유를 적지 아니한 때에 상고인은 제426조의 통지를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제429조(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함으로 말미암은 상고기각) 상고인이 제427조의 규정을 어기어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때에는 상고법원은 변론 없이 판결로 상고를 기각하여야 한다. 다만, 직권으로 조사하여야 할 사유가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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