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회의 "행정권 남용·블랙리스트 추가조사···조사권 달라"
(상보) 수용 여부 양승태 대법원장이 결정…다음달 24일 2차 회의
법관들이 사법행정권 남용과 사법부 블랙리스트 등 의혹에 대해 추가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조사권까지 전국법관대표회의에 달라고 요구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19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회의를 열고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 전반 및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의 존재 여부 등에 대해 추가조사 시행을 요구하기로 의결했다.
또 이들은 법관대표회의가 구성한 소위원회에 조사 권한을 위임할 것을 요구했다. 더 나아가 조사에 대한 적극 지원, 조사 방해자에 대한 직무배제까지 요청했다. 법관대표회의가 사건 조사의 전면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해당 소위원회 위원장은 인천지법 소속 최한돈 부장판사(52·연수원28기)가 맡기로 했다. 최 판사를 포함해 법관 5명이 조사를 하고 1차 조사 결과는 이후 법관대표회의에 보고하기로 했다. 법관대표회의는 다음달 24일 2차 회의를 열고 이 결과에 대해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법관대표회의는 이 같은 내용을 비롯한 의결사항을 정리해 조만간 대법원에 전달하기로 했다.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선택에 달렸다. 법관대표회의에서 의결됐다고 해서 강제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법관대표회의가 갖는 상징성을 고려할 때 양 대법원장이 이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판사는 “법관 대표회의가 의결한 사안이라고 하면 대법원이 무겁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사법부의 개혁저지 의혹 등에 대한 일선 판사들의 재조사가 시작될 공산이 크다. 의혹의 정점에 있는 양 대법원장이 이를 알고도 묵인했는지, 또는 행정처에 이를 직접 지시했는지 여부가 조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법원 최대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설문조사를 방해하면서 불거졌다. 사법개혁 요구를 법원행정처가 나서서 무마하려 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여기에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법원 수뇌부에 비판적인 판사들의 뒷조사를 한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판사들의 집단 반발로 연결됐다.
사건을 조사한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는 대법원 고위법관이 사법개혁 관련 학술행사 축소를 지시한 것은 인정했지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선 어떠한 정황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부실조사 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이날 법관대표회의로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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